<콩깍지> 1_#02_초속 5cm
"그리고 다음 순간 견딜 수 없이 슬퍼졌다.
아카리의 따스함을 그 영혼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어디로 가져가면 좋을지
나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 앞에는 아직도 너무나 큰 인생이
막연한 시간이
어찌할 도리도 없이 가로놓여 있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혀지지 않는다.
이 단순하고 명료한 아픔이 또한 간신히, 간신히
날 외로움에서 구해내어
이렇게
단지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니다.
닿을 수 없었던 인연이여
닿을 수 없는 인연이여
그러나 그대는 언제까지나 나의 사람
구구절절 당신의 행복을 기원하지 않아도
늘 미안했던, 벅찬 마음을 고백하지 않아도
당신의 무사한 일상이
어디선가 꽃잎이 날리듯 은은하게 계속될 거라
나는 믿는다.
혹여, 내 구차한 마음이 너무 많은 말을 홀로 읊조리거든
그대는 부디 내 곁을 고요히 견디는 공기와 향기와
바람에
귀기울여 주기를
그것들과 더불어 나의 일상도 늘 무사히,
당신의 행복을 전해 듣겠다.
https://youtu.be/A528VYFJSrg?feature=shared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피천득, '인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