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할 수도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엇이든 적당히 가 중요하겠지요?
술이라는 것이 참 기특한 능력을 가진 것은 분명합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위로가 필요할 때도, 반대로 축하를 해주기 위해서도 늘 함께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술을 그리 좋아하지도 즐겨하지도 않습니다.
현실의 괴로움을 잊고자 마시는 술은 잠시나마 나를 괴롭히던 일들을 망각의 숲으로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술이 깬 다음에는 달라진 것없이 속만 쓰릴 수 있으니, 오히려 안 마시느니만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가 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평소에는 말도 잘 못하는 사람인데, 술만 마시면 주변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이 났습니다. 싸움의 끝은 늘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주정을 부리는 아들을 데리러 가며 부지불식간에 새어 나오는 부모님의 한숨소리였습니다.
엄마는 그런 오빠 때문에 매번 속이 상했고 그게 마음의 병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술 마신 오빠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또 몰래 뒤에서 눈물을 훔치던 엄마는 또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모릅니다.
"술이 웬수다."라는 말로 넘길 수 있는 일일까요?
술을 마시는 것도 ~때문에...
주취 후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사고들도 ~때문에...로 이해를 해주어야 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예전 학창 시절에 배웠던 단편소설들을 한 번씩 읽어보고 있습니다. 수능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공부로...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들만 외우고 공부하느라 제대로 된 감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내용들은 없으나 감동은 달랐습니다. 아마도 문제의 답을 맞혀야 하는 읽기가 아니라, 오로지 나의 생각과 감정에 충실한 읽기다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진건의 [ 술 권하는 사회 ]
결혼 후 공부를 하는 남편을 한없이 기다린 아내, 드디어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으나 일은커녕 늘 술에 취해있는 남편에게 묻지요? 도대체 누가 그리 술을 권하느냐고 말입니다. 남편은 대답합니다. 조선이라는 사회가 자기에게 술을 권한다고 말입니다. 그 이유는 굳이 여기에 쓰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어제 산책을 하며 전자책으로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를 읽다가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남편이 한다는 공부라는 것이 무엇인지조차도 잘 모르지만, 뭔가 대단한 일이라고 믿는 아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정작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런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내의 순박함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이 돌아왔다. 한 달이 지나가고 두 달이 지나간다. 남편의 하는 행동이 자기의 기대하던 바와 조금 배치(背馳)되는 듯하였다. 공부 아니한 사람보다 조금도 다른 것이 없었다. 아니다, 다르다면 다른 점도 있다. 남은 돈벌이를 하는데 그의 남편은 도리어 집안 돈을 쓴다. 그러면서도 어디인지 분주히 돌아다닌다. - <술 권하는 사회>, 현진건
그 당시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그저 술에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남편의 마음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또 다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문득 가수님이 공연 때 부르신 영탁 님의 [ 한량가 ]가 떠올라서 웃음이 났습니다.
그런데 요순시대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늘 불안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한 일은 늘 있어 왔습니다. 그러니 어느 사회건 끊임없이 술을 권할 것이니, 사회의 권유로 술을 마시노라 이야기하는 것은 핑계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T0. 가수님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하니 날씨안부를 안물을 수가 없네요.
감기조심하세요.
전에 카페에 처음으로 마신 양주에 대한 이야기를 썼던 것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지아 작가님의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를 읽으며 나도 한 번 마셔봐야겠다고 정말 큰 용기를 내어 얼음 없이 한잔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님이 너무 재미있게 표현을 해주셔서 정말 마시지 않을 수없더라고요.
술이 내 몸을 지나가는 위치를 알겠더라는 표현이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형부는 고량주 이야기를 하시며 역시 술이 넘어가는 입 식도 위의 위치파악이 되더라.. 하셔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한잔을 두고 이걸 어쩌나 싶어서, 거의 30분가량을 술잔을 쳐다보며 대치중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술 냄새가 좀 별로였거든요. 그래도 어린 시절 질색을 하며 맞았던 주사를 떠올리는 소주보다는 한결 나았습니다.
사실은... 전부터 궁금하긴 했습니다. 가끔 방송서 한잔씩 하실 때면...
저게 뭐라고...
심지어는 '맛있나?' 싶었거든요.
아무튼 저의 양주 첫 경험은 잊을 수가 없네요.
일단 맛은 별로였지만, 그리고 정작가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내 장기의 위치는 알 수없었지만...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심장에서부터 시작해서 손가락 끝까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혈액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너무 신기해서 다시 한 모금 마셨을 때는 그 느낌이 없더라고요.
얼마 전 가수님이 맥주이야기 하실 때...
많이 마셔서 좋은 것이 아니라, 시원하게 넘어가는 첫 느낌? 이 좋다고 하셨던가요?
가수님이랑 같이 나이 들어가는 팬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다양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학창 시절 문학작품 속에서 처럼, 내 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사회가 술을 권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료함을 달래고자 술을 찾기도 하고 말입니다.
기쁠 때 즐거운 마음으로 마시는 술은 약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은 되지 않을 테지만, 괴로운 일들을 술로 달래는 것은 그저 그 순간을 잊고자 하는 회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잘은 몰라도 가수님은 취하도록 마시지는 않는 것 같아 좋습니다.
술에 취해 엄마를 힘들게 하고 어린 동생들을 겁에 질리게 했던... 그런 사람도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