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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철학적 인간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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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doctor flotte Jun 21. 2024

더 많은 내가 원하는 삶

- 까뮈의 '반항'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남은 시간 동안 나는 어떤 것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금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빨리 결정을 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안정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때에는 그럴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 때문에 일이 미뤄지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은 회사가 아니다.

삶에 필요한 것은 빠른 결정과 실행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과 그것을 긍정할 수 있는 용기이다. 결정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순진무구하게 ‘시작’하는 것이고 그 일을 지속하기 위해 고집을 부리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흘러간 내 시간들을 모두 끌어안는 것, 그것이 삶이다.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교훈은 나는 너무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예상치 못했던 결정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어린 시절 원했던 것을 어쨌든 했다는 것이고 살면서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을 지켜냈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삶과 함께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조언이나 새로운 방법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원래 그렇게 살고 있다.

내가 삶을 결정하는 것과 나의 삶이 나를 결정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는 마치 돈을 생각하며 메뉴판에 있는 음식을 고르는 것과 같고, 후자는 갑자기 서서 저녁노을을 보다가 지나가 버린 버스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대개 서양식 파리통에 들어가 빠져 죽는 파리와 같다. 삶을 결정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는 파리통에 빠지게 된다. 한 가지 은밀한 속임수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결정해야 한다는 말은 ‘내가’, ‘나만이’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은밀한 착각을 만들어 낸다. 문제는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모든 결정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내가 되고, 시간도 없는데 지금 빨리 결정하지 못하는 나는 능력이 없는 바보 같은 사람이 되고, 나중에 그 결정이 잘못된 경우 그 책임 역시 모두 '어리석은 내 탓'이 된다는 것이다.

결정을 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세상이 원하는 것이고, 후자는 삶이 원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은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충분히 관찰하고 생각하고 그런 삶의 본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의할 것은 그것은 어떤 특별한 의미의 싸움이고 투쟁이라는 점이다.

나의 삶이 나를 결정한다는 것은 흘러가는 대로 놔둔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명한 처신인 것처럼 말하는 ‘주어진 삶에 만족한다’는 것도 아니다. 사실 그 둘은 똑같다. 나의 삶이 나를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은 지나온 내 삶을 기억하며 지금의 내가 아닌 과거의 내가 무엇을 원했고 무엇을 하며 진정으로 행복했는지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한 명의 내가 아닌 과거의 복수의 내가 원했던 그 일과 그 삶을 나의 삶으로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수결의 원칙이다.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세상이 아닌 ‘더 많은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존중이고 책임이고 고집이다. 한 명의 내가 아닌 두 명, 세 명, 네 명의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아주 조금씩이라도 힘을 내 걸어가야 한다. 그것은 순수하고 단순하게 삶이 원하는 것을 지켜내는 일이다.

아직도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의 삶을 나로부터 지켜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아닌 나의 삶이 나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것은 싸움이고 반항이다. 그 반항만이 나에게 유일한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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