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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 flotte Sep 15. 2024

나는 글을 쓰겠다. 너도 글을 써라

- 멈추지 않는 글쓰기로 삶을 버텨보자

외계인이나 귀신이 왜 필요한 걸까. 난 인간의 삶 속에 더 필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득 찼기 때문이 아니라, 한 조각도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알아가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공상과학영화도 세포나 유전자 단위의 새로운 정보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희망은 지금의 내가 나를 숨기는 흔한 방법이다. 내일을 계획하고 잠이 들면 나는 오늘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열심히 잘 살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몇 년째 아무것도 더 알아낸 것이 없으면서도 이런 자신의 진짜 게으름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다. 이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에 휩쓸려 떠내려간다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딘가로부터 너무 멀리 떠내려 왔고 또 어딘가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많지 않다.


내 삶을 내 안에서 찾는 일도 불가능에 가깝다. 뭘까. 내 몸은 알고 있을까. 내 몸을 만지고 눌러봐도 내 삶은 거기에 없다. 이미 내 삶을 찾기 위해 떠나버린 내 모든 마음과 내 모든 정신에게 삶을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내 삶이라고 해서 그것이 내 피부라는 경계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는 구식 철학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없다. 가상이고 환영일까. 한 철학자가 말한 것처럼 수 많은 감각정보들이 내 몸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도중에 어떤 정보들이 뒤엉키게 되고 그래서 그렇게 우연히 꼬여버린 사이 정보들의 중심이란 게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문의 출처도 대답도 원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그 철학자는 말한다. 그럼 그 질문 속에서 느껴지는 이 기분 나쁘지 않은 나른함과 삶의 이유라는 것을 더듬어 찾고자 하는 이 맹목적인 반항은 뭐지? 나에 대한 물음이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질문을 하는 동안 느껴지는 이 완전히 이질적이면서도 거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뭐지?


삶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반드시 ‘내 삶’이라는 것이 정말 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거나 전제할 필요는 없다. 그 질문은 항상 아무런 준비도 기반도 없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성, 이성, 본성, 본질, 원리, 구조라는 말은 이 점에서 완전히 틀려먹은 것들이다.


나라는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이 풍부한 일상을 뒤져보는 수밖에 없다. ‘에세이’를 쓰는 것이다. 삶과 같은 속도와 움직임으로 무엇이든 써보는 것이다. 에세이라는 말에는 그런 뜻이 있다. 그 말을 처음 만들어 사용한 사람이 원했던 것이기도 한데 그것은 ‘인간이란 그리고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호기심과 물음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는 갑자기 나에게 느껴져 나만이 느끼고 나만이 아는 이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생각들이 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미 인간이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대답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에세이는 철학에 자리를 양보할 필요가 없다.


모든 사람이 에세이를 쓰고 그 에세이가 모여 우주만큼 큰 한 권의 책이 되어야 한다. 그럼 우리 인간은 삶에 대해 드디어 승리한 것이다. 나는 글을 쓰겠다. 너도 글을 써라. 우리 모두가 일주일에 A4 한 장씩 글을 써서 우주에 던져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디에서 무얼 하든 우리는 적어도 일주일에 A4 한 장의 글을 쓰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다만 일기가 아니라 글을 써야 한다. 우리가 쓰는 책의 저자는 내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겠다. 너도 글을 써라. 옆 사람에게 보여줄 글이 아니라, 아까 말한 것처럼 오직 삶의 속도와 패턴에 맞추어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멈추지 않는 글쓰기로 삶을 버텨보자. 여전히 어디론가 휩쓸려 떠내려 가겠지만 이제 우리는 나름 수영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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