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삶이라는 것을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의를 하다 보면 준비한 건 아닌데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좋은 삶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었는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거미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타고난 재능을 발휘해 멋지게 거미줄을 치고 한껏 웅크린 채 먹이를 기다리다 포식을 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하찮은 행동이지만 그건 거미에게 좋은 삶일 것이다. 사과나무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본성대로 생장을 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일 것이다. 살아 있는 그리고 살아가는 생명체는 원래 이렇게 좋은 삶을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것이 분명하다. 본성과 본능, 본질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명체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거미도 잘 살고 있고 사과나무도 잘 살고 있다면 우리 사람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이 없다거나 크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많은 본성 중에 사람만의 본성이라는 것이 있을까? 예전에는 ‘이성’이라고 했는데 사람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니 ‘더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동물도 생각을 하겠지만 인간은 ‘더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본능, 본성, 본질이라는 것도 분명한 것 같다. 그럼 잘 산다는 것, 좋은 삶이란 ‘더 생각하는 삶’이다.
더 생각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결국 이게 문젠데 쉽지가 않다. 아마도 이런 게 아닌가 싶다. 평상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조금 더 생각해 보는 것이다. 1분 더 5분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내가 나를 기다려 주는 것. 적어도 나는 그만큼이라도 ‘더 생각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럼 이게 나의 삶을 얼마나 좋은 삶으로 바꾸어 줄 수 있을까? 사과나무한테 물어보자.
일상적인 삶 속에서 1분 더 5분 더 생각하는 것이 나의 삶을 얼마나 바꾸어 줄지 의문이 든다. 그만큼 판단이 늦어지고, 또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 더 생각한다는 것이 과연 나를 좋은 삶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까?
잘은 모르지만 작은 사과나무 묘목을 가져와 땅에 심고 열매를 맺으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열심히 물도 주고 자주 와서 관찰도 하겠지만 생각보다 늦은 생장과정에 지루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관심하게 지나치기도 할 것이다. 자라는 건지 죽은 건지, 이번 겨울 추위에 죽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과 무관심 지루함 속에서 그렇게 몇 년이 지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포기하거나 버리지만 않는다면 그 사과나무는 결국 열매를 맺을 것이다. 내가 몇 살을 더 먹어 몸이 예전 같지 않게 되겠지만, 몇 년 전 고대했던 사과가 열리는 것을 마침내 보게 될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다 그런 것 같다. 본성대로 산다는 것은 원래 아주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생명체에게 좋은 삶이란 생겨나고 죽는 ‘삶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람이 타고난 본성대로 1분 더 5분 더 생각하는 삶을 산다면 분명 나를 좋은 삶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다만 우리 삶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처럼 아마도 시간은 많이 걸릴 것이다. 사과나무도 내일 당장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투정하지 않는다. 사람처럼 쉽게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사과라는 놀라운 결과물을 맺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제 좋은 삶이라는 것을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