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필요한 것만 사자는 굳은 다짐을 하며 무빙워크를 타고 지하에 있는 마트로 내려갑니다. 굳은 다짐도 잠시... 입구에서부터 향기로운 딸기 내음은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두 박스를 사면 박스당 이천 원씩 할인해 준다는 상술에 자연스레 한 박스 더 카트에 담습니다. 과일칸을 지나 야채칸에서 마늘, 파, 양파, 두부를 담고, 고기칸에서는 오늘 미술 대상을 받은 큰딸을 축하하기 위해 삼겹살을 담고, 그릭 요거트 만들기 좋아하는 작은딸을 위해 우유와 요거트를 담고, 제가 즐기는 하이볼 재료를 담고, 라면 담고... 카트는 이미 가득... 이제 그만 사라는 여보의 말씀에 무거운 카트를 서둘러 무빙워크에 올립니다. 카트 안을 보고, '이게 대체 얼마야'라는 생각과 동시에 무빙워크 옆에 진열된 과자 봉지에 손을 뻗습니다....
혹시 올라가는 무빙워크에서 카트의 손잡이를 잡고 서 있으면 다리 뒤쪽의 종아리가 땅기는 걸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근육이 땅기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저는 평소 종아리가 뭉치고 쥐도 자주 나기 때문에 종아리를 항상 주무르는데, 가끔 종아리를 꾹 누를 때면 간지러움과 통증이 동시에 찾아와서 몸서리칠 때가 많았습니다. 종아리를 만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스트레칭을 통해 풀 수 있도록 무빙워크의 경사를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네요. 오늘 마트에서 돈은 빠져나가지만, 대신 건강은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아리에 있는 종아리근(soleus)과장딴지근(gastrocnemius)은 우리 몸을 바로 서게 해주는 근육 중 일부입니다. 우리 몸의 체중으로 지면을 누르는 힘(작용)에 대해 지면에서 우리 몸으로 반발하는 힘(반작용)이 나타나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대항해서 이러한 자세를 유지해 주는 근육들이 항상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면을 누르는 힘에 대항하여 바르게 서 있기 위해서는 항상 장딴지근과 종아리근이 함께 작용해서 발바닥을 지면으로 밀어주어야 합니다. 종아리근은 제Ⅰ형 근육섬유의 비율이 높아서 지구력이 높고, 피로에 강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서있을 때 큰 역할을 합니다. 걷거나 뛸 때는 장딴지근의 강한 힘이 필요합니다. 장딴지근은 제Ⅱ형 근육섬유의 비율이 높아서 빠르고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므로 발바닥을 바닥쪽으로 강하게 굽힘하여 지면을 밀어주는 추진력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종아리에 있는 근육들은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누워서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활성화하고 있으므로 이 근육들을 이완해 줄 수 있는 스트레칭이 필요합니다.
양쪽 장딴지근이 늘어나는 걸 느껴보세요.
장딴지근은 종아리의 얕은 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깊은 층에 있는 종아리근을 덮고 있으며, 무릎관절을 이루는 넙다리뼈 뒤쪽의 아랫부분에 붙어서 무릎관절과 발목관절의 뒤쪽을 지나 아킬레스건(Achilles tendon)에 붙어있습니다. 종아리근은 정강뼈 가까이에 붙어서 가장 깊은 층에 있으며, 발목관절의 뒤쪽을 지나 아킬레스건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두 근육의 주된 작용은 발목관절의 발바닥 굽힘(plantar flexion)이기 때문에 이 근육들을 스트레칭하기 위해서는 발목관절을 발등굽힘(dorsi flexion) 해야 합니다. 발등굽힘으로 발목관절 뒤에 있는 아킬레스건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종아리근육들도 늘려줍니다. 평소 잘 읽지 않는 5cm 정도의 두꺼운 책을 바닥에 놓고(이 책을 이용하셔도....), 발바닥의 앞 1/3 정도와 발가락으로 책을 밟고 바로 일어서면 종아리근육들을 스트레칭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올라가는 무빙워크의 경사를 이용해서 카트를 잡고 바로 서 있는 자세도 종아리근육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무빙워크의 경사는 30도 이하로 규정하고 있고, 발목관절의 발등굽힘의 정상각도가 20도이기 때문에 20~30도 사이의 발등굽힘은 종아리근육들을 늘리기에 적합합니다.
이처럼 무빙워크에 양쪽 발목을 나란히 놓고 서있기만 해도 발목관절의 발등굽힘이 되어 종아리근육들이 당기는 느낌이 납니다. 하지만 오래 서서 일을 하는 분들은 종아리근에만 집중적으로 스트레칭이 필요할 수 있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자주 밟는 운전을 오래 하시는 분은 장딴지근까지 스트레칭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두 근육을 선택적으로 스트레칭하고 싶다면, 한 다리의 무릎을 굽혀서 마치 런지(lunge) 자세처럼 앞으로 뻗어보세요.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뻗었다면, 무릎이 굽혀진 오른쪽 다리는 발목관절의 발등굽힘만 하게 되고, 이때 종아리근만 스트레칭이 됩니다. 왼쪽 다리는 뒤쪽으로 뻗어지기 때문에 무릎관절의 폄과 발목관절의 발등굽힘을 동시에 만들 수 있게 되고, 이때 장딴지근이 스트레칭됩니다.
앞쪽 다리는 종아리근, 뒤쪽 다리는 장딴지근이 늘어나요.
마트마다 무빙워크의 길이가 다르겠지만, 한 층당 2~30초 정도 소모되므로, 근육을 늘리기에는 적당한 시간입니다. 4층 높이에 주차장이 있는 건물이라면, 1과 3층을 오를 때는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2, 4층을 오를 때는 왼쪽 다리를 앞으로 내민다면 양쪽 다리를 번갈아 가면서 두 번씩 부담 없이 스트레칭할 수 있겠군요.
마트 갈 때 무엇을 살지, 얼마나 돈을 쓸지만 고민하지 말고, 나의 종아리근육들이 쉴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라고 나를 위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