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목소리가 글을 쓰면서도 들리네요. 동감합니다. 요즘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매일 걸음 수를 보니, 3,000걸음이 넘는 날이 며칠 없네요(얼마 전 야구장에서 응원하던 날은 15,000걸음이 나왔네요;;). 이처럼 걷기만 해도 건강해진다는데 왜 이렇게 걷기 싫을까요? 그리고 정말 걷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까요?
걷기 위해서는 관절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관절은 시계추가 흔들거리듯, 축을 중심으로 돌림운동(rotation)을 합니다. 팔을 흔드는 어깨관절, 팔꿉관절, 손목관절도, 다리를 앞뒤로 뻗는 엉덩관절, 무릎관절, 발목관절도 돌림운동입니다. 이러한 돌림운동은 여닫이문을 열 듯이, 밀거나 당겨주는 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힘은 바로 근육에서 발생되죠. 각 관절의 축을 지나는 근육들은 짧아지거나 늘어지는 힘을 발생하여 축을 중심으로 뼈를 돌림운동하는데, 그 힘을 모멘트(moment)라고 합니다. 모멘트는 회전문을 돌릴 때 안쪽보다 바깥쪽이 수월하듯이, 축과 힘의 거리에 따라 효율성이 달라지는데요, 이것을 구분한 것이 바로 지레(lever)의 원리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지레의 원리를 의식하지 않고도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병따개로 병뚜껑을 딸 때나, 손수레에 무거운 물건을 싣고 갈 때처럼 힘을 덜 쓰기 위해 지레를 사용합니다. 반대로 힘을 더 쓰게 하려고, 운동할 때 부하를 늘리기 위해 움직이는 관절에서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무게를 싣거나, 강한 반발력을 유도하기 위해 야구 배트나 골프채 끝을 잡고 강하게 휘두를 때도 지레를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지레의 원리를 이해하고, 우리 몸에 대입해 본다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걷기가 왜 하기 싫은지 알 수 있겠네요.
먼저 지레의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지레는 받침을 중심으로 지렛대가 움직이면서 돌림운동합니다. 받침은 돌림운동을 하는 물체의 축(axis; A) 역할을 하게 되고, 지렛대의 양쪽 끝은 근육을 사용해서 물체에 가하는 내적인 힘(internal force; F)이 적용되는 힘점과 물체가 중력을 받아서 생성되는 무게(weight)인 외적인 힘(external force; W)이 적용되는 작용점으로 구성됩니다.
앞서 돌림운동하는 힘을 모멘트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적인 힘이 축을 중심으로 돌림운동하는 힘을 내적인 모멘트(internal moment)라 하고, 외적인 힘이 축을 중심으로 돌림운동하는 힘을 외적인 모멘트(external moment)라 합니다. 긴 줄을 돌릴 때보다 짧은 줄을 돌릴 때 힘이 덜 드는 것처럼, 모멘트는 힘과 축 사이 거리를 뜻하는 모멘트 팔(moment arm)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내적인 모멘트는 '내적인 힘 X 내적인 모멘트 팔'이라 표현하고, 외적인 모멘트는 '외적인 힘 X 외적인 모멘트 팔'로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지렛대 위에 같은 선상에 있는 내적인 힘과 외적인 힘이, 축의 위치에 따라 내적인 모멘트 팔과 외적인 모멘트 팔의 길이변화로 양쪽의 모멘트가 변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평소 가던 길이 지름길보다 더 가까워지려면 빨리 걸으면 되듯이, 힘이 세면 당연히 모멘트도 커집니다. 하지만 여기선 내적인 힘과 외적인 힘의 양을 고정했을 때 모멘트 팔의 길이에 따른 모멘트의 변화를 알아보겠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3가지 지레유형으로 나뉩니다.
1형 지레(W-A-F 유형)는 축(A)이 가운데 있고 내적인 힘(F)과 외적인 힘(W)이 지렛대의 양쪽에 배치한 유형입니다. 그래서 두 힘이 같다면, 축이 내적인 힘의 위치와 멀어질수록 내적인 모멘트 팔이 길어지기 때문에 내적인 모멘트가 클 수도 있고, 축이 외적인 힘의 위치와 멀어질수록 외적인 모멘트 팔이 길어지기 때문에 외적인 모멘트가 클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1형 지레의 유형은 놀이터에 있는 '시소'입니다. 놀이터에 있는 시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으로, 아기는 축에서 멀리 앉고 아빠는 축에 가까이 앉습니다. 아기는 가볍지만 아기의 모멘트 팔은 최대한 늘려주고, 아빠는 무겁지만 아빠의 모멘트 팔을 최소한 짧게 해서, 아기의 모멘트를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혹시 반대로 아빠가 더 멀리 앉아 있는 모습을 본다면 얼른 달려가 말려야겠죠?
애들이 크고 나니 시소 탈 일이 없네요...
못을 뽑기 위해 장도리의 뒤쪽에 있는 못뽑이로 '못을 뽑는 원리'도 1형 지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못뽑이가 걸쳐있는 못의 박혀있는 정도에 따른 외적인 힘(W)과 망치 중심이 바닥에 닿는 곳인 축(A)과 망치 막대기를 잡고 누르는 내적인 힘(F)으로 구성되어 축이 양쪽 힘 가운데에 있는 1형 지레가 됩니다. 이때 못뽑이와 망치의 중심은 항상 고정되어 있지만, 망치의 중심과 막대를 잡은 손의 거리(내적인 모멘트 팔)는 손을 막대 끝으로 옮기면 더 늘일 수 있으므로 내적인 힘을 덜 들이고 내적인 모멘트를 크게 만들어서 못을 뽑을 수 있겠죠? 무거운 물건을 들 때도 1형 지레를 흔히 사용하고 있어요.
이게 바로 지레죠!
우리 몸에서는 수업 중에 교수님과 눈이 마주쳤을 때 당황해하지 않고 내용을 이해한 척하기 위해 고개를 앞뒤로 ‘끄덕끄덕’하는 동작을 만드는 관절도 1형 지레입니다. 내 머리(W)와 목과 머리를 연결하는 축인 고리뒤통수관절(atlasoccipital joint)(A)과 머리를 들고 내리는 뒤통수폄근육들(F)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은 고정된 구조라 축과의 힘 거리를 이동시키기는 어렵지만, 근육 강화로 힘을 기른다면 쉽게 '끄덕끄덕' 할 수 있겠죠?
끄덕끄덕에 속아 넘어간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이처럼 1형 지레는 외적인 모멘트와 내적인 모멘트의 크기를 조절하며 상황에 맞게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고 싶다면, 내적인 모멘트 팔을 길게 하고,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부하를 증가시키려면 외적인 모멘트 팔을 길게 하면 되겠군요!
다음 내용에서 걷기에 사용되는 관절은 '어떤 형태의 지레'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왜 걷는 게 운동이 되는지' 알아볼게요. 지레의 원리부터 알아보느라 서사가 길었습니다...
다음 내용에서 해결해 드릴게요^^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1. 널뛰기도 1형 지레일 것 같네요! 다른 예가 또 무엇이 있을까요?
2. 내적인 힘과 외적인 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3. 운동할 때 부하를 늘리려면 외적인 모멘트 팔을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까요?
4. 모멘트, 모멘트 하다 보니 드라마 '상속자들'의 OST가 떠오르네요... Love is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