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음의 배경음악 3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서울로 전학을 왔다. 우리는 막 새로 개발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살게 되었는데, 아파트에선 개를 키울 수 없다고 해서 정든 개 ‘복돌이’를 막내 이모께 드리고 왔다.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서러움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고, 그 이후로는 이런 슬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절대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서울역에 내리자 거대한 대우빌딩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빌딩이 얼마나 크게 느껴졌는지, 마치 나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었고, ‘복돌이’와의 이별 슬픔도 잊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는 풍경이었지만, 당시 아파트는 연탄으로 난방을 했다. 이웃들과도 교류가 많았고, 소음에 대해서도 서로 관대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새벽에는 교회 성가대들이 ‘새벽송’을 돌며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아파트 복도에서 불러도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도 비교적 쉽게 집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 기타 연주에 맞춰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는데, 내 노랫소리가 너무도 멋져 나만의 노래 나르시시즘에 빠졌다. 그 노래, ‘아침이슬’. 그때는 단지 양희은의 노래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찌 보면 그때가 김민기와의 첫 만남이었던 것 같다. 노래로, 정서로, 그리고 많은 생각으로 내게 영향을 주었던 인물, 김민기.
(이미지 : Pixabay)
아침이슬 (← 이곳을 누르면 해당곡이 재생됩니다. 유튜브 링크입니다.)
아침이슬
- 김민기 작사, 작곡, 편곡
- 양희은 / 김민기 노래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