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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중창단과 문학의 밤

내 젊음의 배경음악 5.

by 들꽃연인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학교에 젊은 음악선생님이 새로 부임하셨다. 그 선생님은 음악시간에 잠깐씩이라도 한 명씩 전원 노래를 시키셨는데, 내 노래는 한 곡을 다 부를 때까지 듣고 계셨다. 알고 보니 우리 반뿐 아니라 1학년 열 개 학급, 전원의 노래를 들어보신 것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나와 J를 비롯한 4명을 뽑아 모이게 하셨고, 그 4명으로 중창단을 만들겠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우리 4명의 중창을 직접 지도하셨고, 다음 해에는 새로 입학한 신입생 중 4명을 다시 선발하셔서, 우리와 함께 복 4 중창을 만드셨다.

우리는 우리 학교 행사는 물론, 다른 학교 축제, 심지어 개인적인 인연으로 소개된 교회들의 ‘문학의 밤’까지 출연해 나름대로 멋진 중창 화음을 펼치곤 했다. 그때 불렀던 노래들에는 아무래도 기독교 계통의 성가가 많았다. 스코틀랜드 민요 Annie Laurie를 개사한 ‘저 새벽 이슬 내려’ 또는 ‘주의 크신 은혜’와 기도의 시간, 평화의 기도 등이 많이 불려졌고, 성가가 아닌 곡 중에서는 Vive L’amore(비블라무르 또는 비블라모)라는 곡을 번역, 또는 개사한 ‘다 함께 노래를’ 또는 ‘냉면’도 많이 불렀던 곡이다.


그 당시 교회 학생회들은 가을이면 거의 모두 ‘문학의 밤’이라는 행사를 열었는데, 어느 교회든 가보면 거의 비슷한 분위기였다. 까까머리, 혹은 단발머리를 하고 검은색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단상에 올랐다. 그리고 ‘K, 나는 지금 존 덴버의 Today를 들으며, 너에게 편지를 쓴다’ 라거나, ‘무제’라는 제목의 다소 유치한 시를 Frank Mills의 ‘시인과 나’ 연주를 백뮤직 삼아 낭송하곤 했다. 이런 행사에는 꼭 중창단들이 찬조출연하곤 했는데, 우리가 그 단골이었던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존경하던 은사님께서 명예퇴직을 하시게 되어, 동창들 몇과 함께 모교를 방문했다. 그런데, 옛날에 우리 중창단을 지도하시던 음악선생님께서 학교 교감선생님이 되어 있으셨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을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나를 알아보시며 ‘그 중창단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셔서 깜짝 놀랐다.


선생님께서는 ‘가끔 학교에 들러, 후배들 격려를 해달라’고 말씀하셔서 그러겠다고 했으나, 삶의 번다함은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하였다.


그때로부터 다시 또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그 음악 선생님은 아직 학교에 계실까? 그리고 그 중창단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까? 한두 개씩 떨어지는 낙엽 속에 어린 시절의 ‘문학의 밤’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미지 : Pixabay)


Vive L'Amour (A.Paker & R.Shaw) - SoongSil OB Male Choir (← 이곳을 누르면 해당곡이 재생됩니다. 유튜브 링크입니다.)


다 함께 노래를

- 프랑스 민요

- 개사 : 미상

다 함께 노래를 불러보세 Vive la compagnie! 사랑의 노래를 불러보세 Vive la compagnie!

Vive la, vive la, Vive l'amour. Vive la, vive la, Vive l'amour.

Vive l'amour, vive l'amour, Vive la compagnie!

즐거운 맘이다 활짝 열고 Vive la compagnie! 즐거운 노래를 불러보세 Vive la compagnie!

Vive la, vive la, Vive l'amour. Vive la, vive la, Vive l'amour.

Vive l'amour, vive l'amour, Vive la compagnie!

정다운 친구여 이리 와서 Vive la compagnie! 즐거이 노래를 불러보세 Vive la compagnie!

Vive la, vive la, Vive l'amour. Vive la, vive la, Vive l'amour.

Vive l'amour, vive l'amour, Vive la compagnie!

짝 없는 친구는 잔을 채워 (어여쁜 아기씨 위하여) Vive la compagnie! 자 인생은 즐겁고 아름다워 Vive la compagnie! 시름을 메꿔줄 고운 노래 Vive la compagnie! 다 희망찬 내일을 노래하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Vive la compagnie!

Vive la, vive la, Vive l'amour. Vive la, vive la, Vive l'amour.Vive l'amour, vive l'amour, Vive la compagnie! Vive la compagnie! Vive la, vive la, Vive l'amour. Vive la, vive la, Vive l'amour.

Vive l'amour, vive l'amour, Vive la compag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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