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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머리

안산 대부도

by 나철여

방아머리, 먼저 해변이름부터 쉽게 새겨진다.


김장철이라, 우선순위였던 나의 주말여행이 빠졌다.


때마침 둘째 올케가 대리만족 시켜줬다. 서해안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 해변을 걷고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언니는 중학교 동창생들과 매주 금요일이면 고정으로 정해놓고, 방아머리 해변에서 맨발 걷기를 한다. 칠십 중반이지만 소녀처럼 깔깔거리는 모습들이다.


이번주 금요일도 어김없었다.


"방아머리 왔어요"


브런치작가라는 걸 알고부터 가끔 가족 단톡방에 그림 같은 멋진 사진들을 올려준다.

언니는 사진도 잘 찍지만 시상도 풍부하다.


"마지막 한가닥 남아있는 붉은 빛깔들..."

언니의 한 문장은 요망 지다.



언니네 교회분들과 남산 둘레길을 걷다가 찍은 사진이랑 공기를 보내왔다.

삼십 년 전 서울에서 살 때 가보고 여태 못 가본 남산이다.

서울 중심에 우뚝 선 남산타워도 아주 특별한 건데, 그 소중함을 외국인들이 더 잘 아는 듯 평일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이어지는 언니의 평일 국내 투어는 부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정동진이란다.

정동진 비치크루즈 호텔에서 한폼, 호텔 커피숍에서 내다본 바다, 숙소에서 친구들과 수학여행기분으로 흠뻑 취한 건 말 안 해도 충분히 상상된다.

야경은 야경대로

조각상까지 모두 작품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이리 좋은데 얼마나 좋을까.

올케언니는 시누이를 위한 톡파원 노릇도 톡톡히 해 준다.

진절머리 치도록 힘들게 버티고, 견디고, 참아낸 언니의 보람은 방아머리에서 찾는다.

어찌 다 표현할까만은 친구 있고, 건강하고, 자녀들도 잘 살고 있지만 언니의 외로움만은 이렇게라도 달랜다. 혼자된 지 두 해째이지만, 저 천국에서 우리 오빠도 활짝 웃고 있지 싶다.


쉬는 것도 폼
노는 것도 폼
경쟁적으로 쉬고
신경질적으로 놀고 있지 않습니까?

몸과 마음이 좀 한가하도록
휴식을 그냥 즐깁시다.


<조선지식인들의 아름다운 문장 143p.>


주말이면,

내 마음이 쉴 수 있는 곳 어디든 그냥 흔적을 남길 수 있다.


https://youtu.be/8-mMGu-Spm8?si=VnPWD8ZhSZEMt2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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