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 수피아
오늘은 어떤 축제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여기저기 페스티벌이 컬러풀 원더풀이다.
주 중 육아가 끝나는 주말, 여행을 부른다.
남편이 아니면 벗들이랑 다니던 주말여행이다. 이번엔 초2 손자 기준이랑 다녀왔다.
어디서든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지은 이름이다.
대구에 근접한 칠곡군 가산면에 있는 가산수피아는
36홀 파크골프장과 식물원, 수목원, 알파카랜드가 있어 아이들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딱 좋은 곳이다.
늙으면 애 된다더니 나도 애다.
마냥 좋다.
"할머니가 운전하면 멀미도 안 나요."
기준이의 칭찬까지 더해지니 더 신나게 달렸다.
주말에 긴 대기줄은 그러려니 한다. 입구까지 1km이상 밀려 있지만, 손주랑 차 안에서 까먹는 귤은, 땅콩은, 고소하고, 알콩달콩 향기롭다.
주차장에서 내리면서부터 이어지는 첫 정원은 핑크뮬리가 우릴 반긴다.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여기저기 인생샷 남기려는 연인들부터 노부모를 모셔 온 가족들까지, 계절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할머니, 나 숨을게 찾아봐요"
이리저리 헤치며 숨다가 네 잎 클로버를 찾겠다 한다.
가을 햇빛은 보약이다.
알파카 체험은 기준이에게 익숙하다. 거제 외가댁 가면 농장에서 닭과 염소와 곧잘 논다. 이어진 공룡모형과 자동차 모형에 더 관심이 많아 따라다니기도 숨찼다.
"할머니 여기 벤치에 앉아 쉬면 제가 놀다가 이쪽으로 올게요!"
'참 많이 컸다. 할미 챙길 줄도 알다니!' '나도 참 많이 늙었다.'
황혼육아라 조금 힘은 들지만 행복은 비교할 바 아니다.
넓다
잔잔하다
풀풀하다
싱그럽다
찬란하다
꽃은 피고 지지만 인생은 한번 시들면 다시 꽃 피우기 어렵다.
다만, 하지만, 좋은 열매 남기고 좋은 씨앗이 되고 싶다.
기준이가 뛰면 할미도 뛰고
기준이가 웃으면 할미는 춤춘다.
기준이는 그림일기
할미는 사진일기를 쓴다.
이 나이에 누가 놀아줄까.
누가 반길까.
하늘에 떠있는 구름도, 길가에 핀 풀꽃들도, 이제 곧 떨어질 단풍도, 떨어진 낙엽도 다 반갑고 흥겹다.
우리 모두 손잡고 축제를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