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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쟁이 눈에는 간판만 보인다
간판은 가게의 이름이다.
아이를 가지면 태명을 짓고, 낳으면 이름을 짓는다.
이름 앞에 호칭이 붙었다.
내 이름만큼 오래 불려진 호칭은 엄마였고, 옷쟁이였다.
할머니라는 계급으로 승진했다. 같은 시기에 보호자라는 호칭이 붙었다.
훈장 같은 호칭들을 가슴에 달고 다닌다.
간판쟁이가 되었다.
가게 이름인 간판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너무 재미있다.
숨은 역사도 보이고 고여있는 눈물도 보인다.
빈가게만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시대가 낳은 습관이다.
거꾸로 보는 세상의 눈을 가진 분.
멀리 내다보는 눈을 가진 분.
심심한 눈, 한심한 눈, 기발한 눈...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빈가게만 보면 세상이 온통 거꾸로 서 있는 것 같다.
27년 옷쟁이를 하기 전,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들었다.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할 때였다.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고 가게 앞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도 임대라는 현수막만 보면 걸음이 급해진다.
심심한 눈도 삽니다
심심한 눈은 내가 평생 가져 보지 못한 거라 꼭 한번 갖고 싶다.
기발한 눈도 삽니다
기발한 눈으로 세상을 바로 세웠으면 좋겠다.
한심한 눈도 높은 가격을 쳐 줍니다.
한심한 눈에서 한순간 '번쩍' 하는 때가 있음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