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겁지만 이겨낼 힘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 제일 아팠다. 곧 봄이 오면 학교에 가야한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가 아파서 학교에 가기 싫었던 한 학생은 어느덧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그 학생이 성장하면서 겪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감정들은 그 학생을 성장하게 만들었고 아프고 힘들지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이건 그 학생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을 것이다.
모든걸 멈추게 만드는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을 진하게 느끼게 해 주었던 학교는 나에게 기피하고 싶은 곳 1순위였다. 매일 낯설고 새로운 일상이 펼쳐지는 게 무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집에선 늘 단순했고 아침, 점심, 저녁, 부모님과의 일상이 전부였기에 학교에서 생길 새로운 반응과 친구들과의 마찰들이 싫었었다. 그런 두려움은 20살 이후로 조금의 설렘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들에 식은땀을 흘리곤 한다. 예를 들어 실수를 했는데 다음날 어떻게 혼날지에 대한 수만 가지의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법과 강도로 혼날지 몰라 식은땀을 흘리며 두려움에 휩싸여 있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그래도 회사로 출근한다는 것이다. 혼나는 걸 미루려 반차나 월차를 쓸 수도 있지만 회사로 출근하게 하는 힘은 '돈'과 과거 경험에서 극복했던 힘 덕분일 것이다. 사춘기 시절 알 수 없는 미래에 큰 두려움을 느끼고 온몸이 아팠었지만, 정작 등교했을 땐 생각보다 큰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경험이 큰 영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 생각보다 덜 혼날 거야", "안 혼날 수도 있지", "돈은 벌어야 하니까 가야지" 생존욕구와 경험의 콜라보라고 생각한다.
상실과 슬픔은 극복과 함께.
친구를 잃은 상실감과 슬픔은 형용할 수 없이 가슴이 아렸다. 나는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는 말을 새로운 사랑으로 돌아온다고 믿는 사람으로 우정이 더욱 소중하고 견고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완벽한 사랑과 우정은 없다는 걸 아픔으로 알게 되었다. 친구를 잃은 슬픔은 오래갔지만 나에게 모든 사람이 평생 곁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깨달음과 해탈의 경계에서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가르침을 주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내 곁에 있을 소중한 인연인지 또한 알게 해 주었다.
나에겐 가르침보단 격려해 주는 친구가 소중한 인연이다. 격한 가르침은 부모님과 직장 상사로 충분하므로 격려와 애정 어린 격려가 격하게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슬픔으로 친구들을 잃었지만, 슬픔 속에서 진짜 인연은 빛이 나는 듯이 눈에 선명하게 보였고 내가 누굴 챙겨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해 주었다. 진정한 친구란 나이, 성별 상관없이 곁에서 묵묵히 격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랑할 때가 제일 아름답다.
사랑의 끝은 언제나 아프지만 성장과 교훈을 준다. 사랑을 하면서 창피한 자존심 부리는 순간은 내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모습이 드러났을 때였다. 예를 들어 고집스러운 내 행동과 생각으로 인해 다투었고 상대가 그것을 지적했을 때 나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고집스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행동을 한 것은 변치 않고 대화로 갈등을 풀어가는 순간 나의 고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사랑은 날것의 감정과 행동을 드러나게 하고 모르고 있던 나쁜 습관과 성격마저 알아차리게 해 준다. 가끔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도 많지만, 갈등이 발생했을 땐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랑은 세상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사랑노래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가 아프지만 행복하고 그것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사랑하고 있을 때 나의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복잡하지만 단순한 감정들이 주는 변화.
두려움, 슬픔, 상실, 사랑보다 더 많은 감정을 경험했지만, 인생에서 겪었던 쇼킹한 감정들을 꼽으라면 이 4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감정들이 머릿속에 정돈되기 전 큰 두려움이 학교에 가야 하는 나를 막았지만, 지금은 학교든 회사든 어디든 불러주면 갈 준비가 되어있는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되고 인생은 모든 것이 도전의 연속이다. 회사에 첫 출근, 새로운 사람, 상사, 개척해야 하는 나의 삶 등 새로운 것 투성이이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두려움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두려움을 설렘과 같이 느끼기로 했다.
그저 생각의 차이로 '첫 출근이 두려워, 어떻게 적응하지?'를 '출근하면 내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회사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던 것 같다. 물론 실수하면 혼날 것에 대해 아직까지 두려움을 느끼고 불안해 하지만, "그래서 뭐 해고되진 않겠지"라는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다.
힘들었던 겨울은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곧 진짜 봄이 온다.
예민하고 두려움과 불안에 약했던 학생은 어느 정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가질 어른이 되었다. 그 용기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닌 값진 경험에서 탄생한 것으로 좌절할 때도 많지만 다시 돌아올 탄력성도 가지고 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 처럼 아픔 뒤에는 기쁨이나 행복이있다. 상대적으로 적을지라도. 학교에 가기 싫고 회사에 가기 싫어 아픈 사람들에게 힘든 일련의 과정이 빨리 왔거나 늦게 왔거나 아직 찾아가는 중이라는 걸 말하고 싶다. 그러니 좌절하지 말라고, 힘들다고 느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할 용기가 생겨 학교와 회사에 가고싶을 거라고 계속해서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