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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면 편안해질까요?

나도 인생의 교과서가 필요해요

by 혜메다 Jan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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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는 자유분방한 20대가, 20대로 들어서니 30대의 편안함이 부러워졌다.


10대부터 20대 중반인 지금까지 마음이 힘들거나,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에 부딪힐 때,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조언을 해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 이상하리 만큼 현재까지도 여러 요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원하는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진지한 인생의 조언자가 필요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현실을 이제야 받아들이고 혼자서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몇 개월 전 마음에 쏙 드는 회사에 취직을 했고 수습을 거쳐 정직원까지 도달했다. 수습기간에는 마음에 드는 회사를 놓칠까 봐 불안했고 현재는 '이런 나를 믿고 뽑아주셨는데, 내가 제 몫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게다가 입사 이후 몸살, 장염, 폐렴, 알러지성 비염이 동시에 찾아오면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도 몸이 아프니 집중을 못해 매일 대리님께 혼나기 일쑤다.


몸과 마음이 지쳐버려서 나에겐 모든 게 완벽한 이 회사를 그만 둘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여러 병원을 다녀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수시로 기침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민폐라고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다르면서도 비슷한 조언자가 생겼다.


내가 바라보는 30대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불안해하지 않는 편안함, 평온함, 단순함이 부러웠는데 복잡한 나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인생의 선배를 만나게 되었다. 접점이 없어 별로 친하지도 않고 교류도 없었는데, 어느 날 보게 된 조언자(몇 살 차이 안 나더라도 인생의 선배니 앞으로 선배라고 언급하겠다.)의 눈빛이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냥 어떠한 말이라도 나누고 싶어(나는 일련의 사건으로 친구들이 사라졌다.) 용기 내어 술 한잔 하기를 물어보았다.


흔쾌히 술을 마시고 싶었다던 선배는 나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고 나는 "사실 제가 공황장애가 있어요. 그런데 선배는 이해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한잔 하자고 말씀드렸어요"라고 말했다. 선배는 전혀 몰랐다고 말하면서 나의 마음을 너무나 이해한다고 어떻게 견뎠냐는 말과 진심 어린 표정에서 나오는 공감이 찢어졌던 마음을 다시 붙여주는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가벼워지고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그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우리는 수많은 서로의 힘들었던 얘기를 주고받았다.






어떤 사람은 힘듦을 나누면 힘듦이 두 개가 된다고 생각하고, 타인의 고민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굳이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나는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치유받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고민이 내 경험에서 나온 말들이 위로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그런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리치료를 위해 자조모임이라는 게 있다. 비슷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바쁜 현대사회에 지치고 힘들고 무력해져 가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쓸 것이다. 선배의 얘기를 들려주고 나를 위로해 줬듯이 나도 힘들었지만 극복한 일상을 공유하고 누군가 나의 글을 보고 치유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힘들게 견뎌온 인생의 일부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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