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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

모두가 처음일 때가 있었잖아요.

by 혜메다 Jan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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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주세요.



사회복지사 일을 하던 나는 일반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 매일 기싸움하는 데 지친 게 큰 이유였다.(평균연령 65세, 기싸움이 너무 싫었다.) 사회복지사는 전공과 실습으로 기본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실무에 녹아들기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 다니며 배웠던 게 이해가 쏙쏙 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직을 해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놓였다는 것이었다.



우선 면접부터 달랐다. 쏟아져 오는 질문에 답을 하는 데 내 시야가 많이 좁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마치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 같았다. 그래도 시야를 넓혀 보겠다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최종 합격하여 현재 회사에 정규직으로 다니고 있다.



합격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 도둑질만 한다고 사기업의 인사총무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나는 복지 빼고 아는 게 없었다. 사회복지를 하며 겹쳤던 일들 외엔 너무나 무능한 팀원이자 직원이었고 날 뽑아주었는 데 그만큼 해내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혀 밤 잠을 설쳤고, 실수했을 때 "죄송합니다"했던 장면이 꿈속에 계속 나와 "죄송합니다." 하며 잠에서 깬 적도 있었다. 나에게 최선은 상사들의 눈에 못 미쳤고 수습평가 기간 동안 불안감에 휩싸여 건강이 더욱 악화되었지만, 티 낼 수 없었다. 나는 신입이고 이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었기 때문에.



2차 평가까지 끝나고 대표님과 대면 면담 후 정규직이 되었다. 정규직이 되었다는 안도감이 드는 한편 정규직이 되었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이제 '수습이니까.'라는 방패가 없어졌기 때문에 실수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다르게 몸은 계속 아파서 주사와 수액을 맞으면서 회사를 다닐 때였다. 지독하게 아팠던 10월이 지나고 한 달 업무를 마감하면서 업무 실수가 여러 개가 발견이 되었다. 큰 실수는 아니지만 초반부터 했던 실수였기 때문에 혼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다음엔 실수 없게 하겠습니다." 했더니 "이제 다음 말고 잘해야 하는 거예요."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죄송할 뿐이었다.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그 작은 업무 하나 놓친 것, 건강이 아팠던 것, 스스로에 대한 기대만큼 열심히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감에 빠졌고 그저 우울하기만 했다. 한 없이 우울해져서 처진 기분으로 계속 지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한데 아픈 몸을 이끌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전 직장의 상사는 실수하더라도 잘못한 부분을 집어주시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노하우와 격려를 해주셨었다. 그러니 자신감도 붙고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알아서 잘'해야 하는 회사다. 그래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자괴감도 들지만 나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성장동기가 되기도 한다. 다만, 현재 내 상황에선 쉽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입사 이후 몇 개월째 아픈 몸이 집중력을 저하시켜 죄송하게도 회사와 브런치 연재 모두 놓쳐버렸다.



수습이 막 끝난 시점보다 업무 능력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집중력이 회복되지 않아 일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힘들어져버렸다. 하지만 견뎌야 하는 게 사회인걸 안다. 혼자 해내야 하는 사회라도 누군가 곁에서 격려해 주고 조력해 준다면 훨씬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아쉬움이 있다. 나도 이 사회가 처음이고 누구나 겪었을 미숙함이기에 모든 걸 가르쳐주길 바라지 않는다. 나를 깎아내리기보단 그들이 보는 잘못의 원인과 격려가 필요한 사회초년생이다.





크게 잘못하지 않아도 모르는 게 많고 처음 시도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또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나는 이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죄송합니다. 더 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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