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 뒤에 있는 밭에 김을 매는 날이에요.
송이와 엄마, 큰언니, 작은언니는 모자를 쓰고 밭으로 갔어요.
엄마가 각자 한 이랑씩 맡아서 풀을 뽑으라고 했어요.
송이는 호미를 들고 풀을 뽑기 시작했어요. 흙은 보드라웠고 풀은 쑥쑥 잘 뽑혔어요. 호미질을 하면 흙이 파헤져지고 풀이 뽑히면서 흙속에 있던 벌레들도 나왔어요. 개미들이 놀랐는지 뿔뿔이 흩어졌어요. 공벌레도 어디론가 바삐 달아났어요.
송이는 풀을 뽑다 말고 딴짓을 했어요. 개미가 가는 길에 나무막대기를 가져가 길을 막았어요. 공벌레가 달아나는 길에 구덩이를 팠어요. 그러다 언니들을 보았어요. 어느새 언니들은 밭이랑의 절반쯤 가있었어요. 송이는 자기도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언니들처럼 쭉쭉 나아가지지 않았어요. 엄마가 눈에 띄는 큰 풀만 뽑으라고 했는데 송이는 손톱보다 작은 쪼그만 풀들도 모두 뽑았어요. 그러다보니 송이가 지나온 자리에는 정말 풀 한 포기 없이 매끈했어요. 하지만 한참이 지났지만 출발했던 곳에서 몇 발짝 나아가지를 못했어요. 어느새 언니들은 거의 풀을 다 뽑고 이랑 끄트머리에 가 있었어요. 송이는 울고 싶었어요. 호미질을 서둘렀어요.
엄마가 보더니 풀을 다 뽑은 언니들에게 말했어요.
“송이꺼 좀 도와 줘라.”
언니들은 송이의 이랑에 오더니 호미질을 했어요. 성큼성큼 걸어가며 풀을 뽑았어요. 언니들이 지나간 자리는 흙이 머리를 빗은 듯 말끔해졌어요. 송이는 언니 뒤를 따라가며 잔풀을 뽑았어요.
풀을 다 뽑은 후 엄마가 가져온 시원한 미숫가루를 마셨어요. 얼음이 동동 올라간 고소한 미숫가루.
산그림자가 자리를 옮기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