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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를 잡아라

by 록유

송이는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옥상에는 엄마가 기르는 오이, 고추, 상추가 자라고 있었어요. 엄마를 대신해서 송이가 물을 준 적도 있어요. 길쭉한 오이가 매달려 있고 뾰족한 고추가 대롱거렸어요. 푸릇푸릇한 상추는 초록색 치마처럼 예뻤어요.

송이는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오늘은 조용히 할 일이 있었어요.

들고 있던 바가지를 바닥에 내려놓았어요. 그리고 꺾어온 나뭇가지에 실을 매었어요. 옥상 바닥에 나뭇가지를 세우고 바가지를 걸쳤어요. 바가지가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잘 잡았어요. 호주머니에서 쌀을 꺼내 바가지 아래에 뿌렸어요. 나뭇가지에 묶인 실을 살살 풀어가며 뒷걸음질쳤어요. 계단을 내려가서 쪼그려 앉았어요.

이제 기다리면 돼요. 뭘 기다리느냐구요? 그야 물론 참새죠.

송이는 오늘 참새를 잡아보기로 했거든요.

어제 책에서 ‘참새 잡는 법’을 읽었어요.

좁쌀을 술에 담가 두어요. 그리곤 그 좁쌀을 마당에 뿌려요. 참새가 날아와서 좁쌀을 맛있게 먹어요. 배가 부른 참새가 포로롱 날아올라 처마 끝에 앉아서 쉬어요. 햇살이 따사롭고 포근해요. 술에 취한 참새는 잠이 솔솔 오겠죠. 그러다 처마 끝에서 톡톡 떨어져요. 그때 처마 아래에서 바구니를 들고 떨어지는 참새를 받으면 되요.

송이는 엄마 몰래 쌀을 가져왔어요. 마당에 쌀을 뿌려두었다간 엄마한테 혼이 날거예요. 그래서 옥상에서 참새를 잡기로 했어요. 바가지 아래로 참새가 들어갔다가 나뭇가지를 건드리면 바가지가 엎어지면서 참새는 갇히는 거죠. 참새를 잡으면 무엇을 하려고 하냐고요? 그야 참새 다리를 묶어서 날아가지 못하게 한 다음에 기를 거예요. 포동포동한 참새에게 맛있는 먹이를 주면 참새도 좋아할 거예요.

햇볕이 뜨거워요. 쪼그리고 앉아 있었더니 다리에서 쥐가 나요. 참새는 날아오지 않아요. 아무리 기다려도 참새가 날아오지 않아요. 참새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햇살은 따사롭고 포근해요. 송이는 꾸벅꾸벅 졸았어요. 술에 담근 쌀을 먹지도 않았는데 잠이 솔솔 왔어요. 송이는 바구니 안에 들어가 참새와 노는 꿈을 꾸었어요.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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