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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생쥐

by 록유

일요일 아침, 송이는 마당에 쪼그리고 앉았어요. 화단 아래 그늘진 곳에서 낯선 것을 보았어요.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매끈한 꼬리를 쭉 뻗어 있었어요. 분홍 소시지 같은 피부는 너무나도 부드러워 보였어요. 털도 나지 않은 분홍빛 살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어요. 그건 바로 아기 생쥐였어요. 세수비누 뚜껑으로 덮어서 가둬두었는데 뚜껑을 벗겨도 도망가지 않았어요. 아마 너무 겁이 나서 그만 꽁꽁 얼어버렸나 봐요. 송이도 예전에 무서운 개를 보고는 도망가지 못하고 그만 꽁꽁 언 얼음처럼 가만히 서 있었던 기억이 났어요. 송이는 방으로 뛰어들어가 어제 먹고 남은 식빵을 가져왔어요. 보드라운 속을 살짝 떼어 생쥐 앞에 두었어요. 하지만 생쥐는 바들바들 떨기만 할 뿐 식빵을 먹지 않았어요.

“송이야, 아침 먹자.”

엄마가 아침을 먹으라고 불렀어요. 송이는 비누 뚜껑을 다시 생쥐에게 덮었어요. 아무도 보지 않으면 혹시 식빵을 먹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나 아침 먹고 올게. 너도 빵 먹고 있어.”

송이는 작게 속삭인 다음 아침을 먹으러 갔어요. 송이가 좋아하는 계란찜을 폭폭 떠먹으며 아침을 맛있게 먹었어요. 아침을 먹고 송이는 텔레비전을 조금 보았어요. 일요일 아침마다 하는 만화영화가 재미있었어요.

“아참! 생쥐!”

송이는 번뜩 생쥐 생각이 났어요. 빵을 좀 먹었을까 생각하며 마당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마당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비누 뚜껑은 수돗가에 있는 비누통 위에 있었어요. 생쥐는 도망간 것일까요? 비누 뚜껑은 누가 제자리에 갖다 두었을까요?

아버지가 수돗가에서 신발을 씻고 있었어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어요.

“아버지, 혹시 마당에서 생쥐 못 보셨어요?”“그래. 생쥐 한 마리가 보여서 내가 밟아 죽였다. 고양이가 없으니 생쥐가 돌아다니네.”

아버지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리곤 방으로 들어갔어요.

송이는 울상이 되었어요. 너무 놀라 눈물도 나오지 않았어요. 아기 생쥐는 하늘나라로 가버렸어요. 식빵은 다 먹었을까요? 바들바들 떨던 생쥐가 자꾸만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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