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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가드너 Dec 19. 2024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드라마 속 장면과 만남

배론성지


어릴 적 드라마에서 본 황사영 백서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조선 천주교 상황을 알리는 글을 써서 보내려다 발각이 된 장면이었다. 드러날까 봐, 포졸들에게 잡힐까 봐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떨렸던지 그때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온 김에 온 배론성지에서 그  역사의 현장을 만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뿐만 아니라 언양 간월산 죽림굴에서 만났던 최양업 신부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곳은 한국 신학교의 출발지라 우리나라 천주교회사에서 중요한 곳 배론이다.


감곡에서 1시간 남짓 달려가 도착한 배론성지.  배론은 무슨 뜻일까? 조선시대 박해를 피해 천주교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인 만큼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미리내성지 들어가는 곳과 묘하게 비슷하다. 근처애 지금도 교인들이 많이 살고 있을 것 같다.'배론'이라는 이름은 마을 지형이 배의 밑바닥 같다고 해서 붙여진 순수한 우리말이다.


최양업신부 조각 공원으로 갔다. 공원은 납골 묘지라 조상을 만나러 온 가족들이 많이 있었다. 납골묘 위로 최양업 신부의 일생이 그려져 있다. 1821년 최양업 신부는  충청도 청양골에서 태어났다. 배론 성지에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는 김대건 , 최방제와 함께 신학생으로 뽑혀 마카오에서 공부를 했다. 1849년 사제서품을 받고 귀국하여 충청, 전라, 경상, 강원 경기 지역을 다니며 교우들과 만났다. 성직자 양성을 위해 신학생 3명을  유학 보내고, 교회 관련 서적을 번역하는 등 다양한 활동울 하였다. 1861년 6월 공소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과로로 쓰러졌다. 프르티에 신부의 병자성사를 받고 생을 마감했다. 조각공원의 작품을 통해 최양업 신부의 일대기를 알게 되었다.


배론 성지 가운데 냇가가 있다. 냇가를 사이를 두고 성지의 신구가 나누어진다. 오른쪽은 조선시대 배론성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또한 뒤쪽 산에 성직가 묘역과 최양업 신부의 유해가 묻혀있다.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를 하고 의자에 앉아 자연과 바람을 즐겼다.


안내도를 참조하면서 조선시대 배론성지의 모습과 역사 속 사건을 떠올리며 관람했다. 성경구절이 적혀있는 진복문을 통해 과거 속으로 들어갔다. 황사영이 백서를 썼던 토굴을  찾아 들어가니 그 옛날의 가슴 졸임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조그만 공간에서 촛불을 켜놓고 깨알 같은 글씨로 쓴 백서를 보니 조선시대 천주교인들의 상황과 박해가 개산 되길 바리는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했다. 황사영 백서라니 그 옛날의 가슴떨림이 되살아났다. 교우들이 그릇을 구웠던 가마터와 그 뒤로 황사영이 숨어서 백서를 썼던 곳으로 들어갔다. 방 한 칸 공간보다 작은 곳에 앉아서 깨알처럼 하얀 비단에 조선시대 교회 상황을 적었다. 발각에 대한 두려움과 교우들이 겪은 내용들과 도움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읽히는 공간이다


토굴에서 나오니 작은 초가집이 보였다. 이 작은 초가집이 최초의 신학교라고 하니 믿기가 어려웠다. 그곳에서 프랑스 신부 2분과 9명의 신학생이 모여서 생활을 했다.  하루종일  작은 방 안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던 중 병인박해 때 발각이 되어 임시적으로 폐쇄했다. 그 이후 용산 신학교를 거쳐 지금은 혜화동 신학교로 이어졌다.



배론성지의 의미는 깊다.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활동과 안식의 장소이자, 요셉 신학교의 발원지이며, 황사영 백서의 숨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신앙의 역사를 증언하는 살아있는 증인과 같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역사의 순간들을 확인할 수 있어 큰 감동을 주었다.


우리 부부의 일요일의 루틴이 진행됨에 따리 나도 변해가지만 남편도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편은 나오는 길에 “어머니랑 엄마를 모시고 왔으면 두 분 다 좋아하셨을 텐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죠. 많이 좋아하셨겠죠.“ 답을 하며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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