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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환 Jun 23. 2023

사회를 겨냥한 칼

XXXtentacion - riot

I know you got your problems, but brother, they got theirs
(난 네 문제를 알아 그러나 그들도 그들의 문제가 있어.)
This is not a game, quit violence and grow a pair
(이건 게임이 아니야, 폭력을 멈추고 성숙해져야해.)
But sure, you'd rather hear me say, "Fuck the Black prejudice
(그러나 너는 내가 "흑인 차별 엿 먹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겠지.)
Let's murder different races, grow hatred, and form irrelevant
Views," and etcetera, knives thrown
(우리와 다른 인종은 살해하고, 증오를 키우고, 그리고 관련없는 폭력적인 사상을 만들자고 얘기하는 걸 듣고 싶겠지. 그러곤 칼들이 날아다니고)
Damage 'em, lives blown, oblivion, all cold, oblivious
(상처 입히고, 생명이 날아가고, 의식 불명에 모두 의식 불명인 채 차가운 기타 등등)
I won't dare say that you should stop the fuckin' ignorance
(X발 감히 네게 얘기하건대 너는 이런 무지를 멈춰야만 한다.)

- XXXTENTACION - RIOT 가사 中 -


 힙합. 우리 나라의 정서와는 맞으면서도 안맞는, 하지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멋드러짐이 있는 문화이자 음악. 솔직히 전자 음악에 비해 힙합은 잘 듣지 않았다. 들어도 끽해봐야 Eminem이나 Jayz, travis scott을 들었지 국내 힙합은 아예 듣지도 않았다. 그래도 한 번 시도는 해봐야지 하고 들은 음악들은 죄다 하나같이 암울하기 그지없다. 여자, 돈, 마약, 폭력 등 우리 나라 정서와는 단 하나도 맞지 않는 그런 것. 자기 과시가 들은 가사나 처해있는 현실을 극복하려는 가사는 동기부여 차원에서 많이 듣긴 했지만 그 외엔 정말 심한 괴리감을 느낀 바가 있다.


 이런 힙합 음악을 등지고 살 것 같은 내 인생도 외길만을 고수하진 않았다. 기존에는 그냥 그런 가사와 내용들이 싫었지만 라임 배치와 가사들이 주는 즐거움에 마냥 음악을 대함에 있어 고지식한 척을 들려했던 내 모습에 반성하는 태도를 가지게 했다. 이내 귀를 열고 들어본다. 비와이, 창모, 저스디스, 조광일, 스윙스, 우원재 등 메이저한 아티스트부터 시작해서 주변인들을 탐문해서 많이 '디깅(digging)'했다. 어느 정도 국내 힙합도 챙겨듣다보니 힙합 문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안듣고 있던 외국힙합을 바라봤다.


 앞선 글에서 나는 예술분야에 조예가 깊은 학과 선배를 언급한 바 있다. 18년도 즈음에 그 형과 대작을 하던 중 힙합에 대해 물어봤고 아니나 다를까 쉴새 없이 얘기하는 그 형이 래퍼였다. 외국힙합에서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가 xxxtentacion, juice wrld, lil tjay 등을 언급했다. travis scott, mac miller, future는 두 말하면 귀 아프다고 한 건 덤이다. juice wrld는 접한 적이 있다. 영화 '레옹'의 ost인 'sting - shape of my heart' 의 멜로디가 담긴 비트에서 래핑하는 'lucid dream' 이라는 노래로 접한 적이 있다. lil tjay는 ruthless라는 노래에 담긴 래퍼 'desiigner'의 'panda'를 인용한 것과 감미로운 비트 안에 담겨있는 '무자비'한 가사가 재밌게 들려서 인상깊었지만 xxxtentacion의 경우는 한 번도 못 들어봤다.


xxxtentacion

 당장 추천곡은 LOOK AT ME!와 riot을 들었다. look at me의 경우 가사의 수위가 너무 강한 걸 넘어서 불쾌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사운드가 주는 매력이 컸는데 음질을 고의적으로 거친 질감으로 만든 로파이(low-fi)힙합이었다. 폭력적이고 외설적인 가사에서 그는 흑인들이 받는 차별을 얘기하고 있지만 정작 그의 좋지 않은 유년 시절의 경험과 위선적인 태도가 많은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로 반성하고 자선활동을 다니는 행보를 보인다. 18년 가을에는 서울에서 친구와 놀던 중 '쇼미더머니 777'이 방영하고 있었다. 거기서 지금은 군복무 관련으로 많은 비난을 맏은 한 래퍼의 랩이 나오고 있었다. 제목은 riot이고 xxxtentacion의 노래였다.


 처음에는 또 'Look at me!' 같은 폭력성이 낭자한 가사겠구나 싶어서 귀가 주는 즐거움에 주목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텐타시온이 사회에 보내는 칼이자 힙합이 가지는 기능을 목도하게 한다. 그는 look at me!에서 본 거처럼 굉장히 과격한 가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번 riot에서도 잔인한 묘사와 폭력성이 짙은 워드를 나열하고 있는데 다만 그 가사안에 함축되어 있는 메시지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세태에 겨냥하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이다.


 인종차별. 당장 블루스의 경우 'Billie holiday - strange fruit'라는 노래로 흑인들의 애환을 담아내고 있는 것부터 아니, 노래로는 못 담는 역사의 저 너머부터 시작된 뿌리깊게 박힌 피비린내나는 차별이다. 다양한 인종이 한데 뒤섞인 미국의 경우 정말 많은 갈등들이 존재하지만 인종차별은 그 궤를 달리한다. 이번 학기 수업으로 '문화인류학'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인종, 성별, 문화권에 따른 문화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경험하는 식의 수업이었는데 수업 자료로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를 감상했다. 나사 내에서 이뤄지는 흑인 여성에 대한 차별과 이를 극복하는 내용을 다루는데 차별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리더에게 흑인 여성이 울분섞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 노래와 오마주됐다.

xxxtentacion - riot 앨범 커버

 혐오의 역사는 끊어내는 것이 맞다. 같은 사람이고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혐오의 굴레를 끊어낸 시점에서 또 다른 혐오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 텐타시온의 사회적 목소리는 힙합이라는 문화와 그만의 적나라한 워딩이 골고루 섞여서 나온 칼이다. 이런 공격적인 목소리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의 과거 행태와 가사를 대조해보면 위선적이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적잖게 있다. 결국 텐타시온은 총격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칼은 부러지게 된다. 히든 피겨스의 여성도, 텐타시온도 개인이 사회에 던진 칼인것처럼 우리 개개인도 부당함에 대한 목소리와 더불어 텐타시온과 같은 과거의 우를 경계하는 자기 관리를 좀 더 할 필요를 느낀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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