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을 쌓아 가고 있는 중.
사랑과 신뢰, 뭐가 먼저 일까?
닭과 달걀처럼 느껴지는 이 관계..
아이를 두 명 낳고 키우다 보니
아이에도 신뢰라는 것을 쌓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둘째는 육아가 너무 버거운 엄마 때문에 18개월쯤부터 일본 보육원(우리나라의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다른 아이에게 물려서 따라 하게 된 건지 아니면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는 일본어에 너무 갑자기 노출이 되어서 그런 것인지
아이들을 물기 시작했다.
결국 6개월도 못 다닌 채 너무나도 내 마음이 무너져 보육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나이 대에는 누구나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만
나도 일본어를 못했던 시절인데 갑자기 엄마가 없는 낯선 곳에서 다른 나라 말로 말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사소한 장난감으로 친구들과 문제가 생겼을 때 “일본어를 잘 몰라서 말로 표현을 못해요. “라는 대답은… 나로서는 참 듣기 힘든 말이었다.
만 두 살도 안 된 아이는 외국인이 아니어도 자기의 의사를 잘 표현 못 할 수도 있는 건데
외국인이기에 나는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았다보다.
그렇게 또 아이와 시작된 육아 속에서 누나랑 같이 다니면 좋을 것 같아 누나가 다니는 유치원으로 등록을 할 수 있게 되어
안심하며 아이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아이는 현관 앞에서 교실로 들어가지를 못하는 일이 늘어갔다.
처음에는 밖에 궁금한 게 많아서라고 생각했으나..‘역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도
‘모든 아이들이 엄마를 찾으니 적응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애써 무시를 했다.
한국말이 어느 정도 늘었을 때쯤 아이는 내게 말했다.
“유치원에 가면 나를 지켜줄 사람이 없어.”
너무 충격적인 말이었다. 겨우 3살 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다니고 있었다니…
이 아이에게 정말 밀착해서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유치원에서는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선생님들은 다들 너무 친절하고 좋으시지만 이 아이에게는 좋은 선생님일 뿐 신뢰하는 선생님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 아이가 크기를 기다리고 스스로 학교에 가겠다고 할 때까지 홈스쿨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나와 같이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지금은 학교에서 돌아오기 싫어서 학교가 너무 좋아서 학교를 너무 사랑해서 아침 7시에 학교를 가는 아이이다.
홈스쿨을 하면서 나의 노력이 나의 인내가 헛되지 않았다는 증명인 걸까?
아이는 학교에 잘 적응하고 사랑이 넘치는 선생님들과 너무 예쁘고 귀여운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어 정말 감사하다.
아침 7시에 학교에 가서 내가 일이 끝나서 집에 돌아오면 늦을 때는 9시, 10시도 되는데 꿀잠 자고 또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아이를 보면 참 기특하다.
이 아이에게 사람에 대한 신뢰를 쌓고 마음을 여는데 6년이 걸린 것 같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아이 하나를 위해 기도하고 아낌없이 사랑을 나눠주고 이 아이를 축복해 주었던가!
분명 이 아이는 다를 것이다. 정말 큰 사랑과 축복으로 크는 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