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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 보고 싶다.

나를 마주하는 시간

by blancssam Mar 04. 2025

우리 집에 제대로 된 거울이라고는

화장실 세면대 앞에 하나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정신없이 세명분의

도시락을 싸고 출근하기 바쁘다.

오키나와에 살면서 일본 도시락 문화에 감탄을 하고 나도 열심히 정말 최선을 다해 도시락을 싼다.

그러고 나서 출근을 하면 정말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책상 앞에 앉아 하루의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또 저녁준비에 청소에 빨래, 아이들 챙기기에 정신없이 또 시간을 보내다

아이들이 잘 때쯤 되면 지쳐서 끝나지 않은 집안 살림을 뒤로한 채 나도 침대에 눕는다.



거울이 필요 없는 듯한

나의 삶의 굴레가

하염없이 달리기만 한다.

그건 나를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



봄의 소리가 들린다.

새소리도 들리고 바람의 소리도 들린다.

눈을 감고 자연을 느끼다

문득 거울이 보고 싶어 졌다.

꽃이 필텐데...

나이가 드니 그 꽃피는 시간이 얼마나 설레는지

기다려지고 기다려진다.

그 예쁜 꽃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고 행복이라는 감성을 잠시나마

느끼는 소중한 순간이 될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꽃은 그걸로 할 일을 다 한 거다.

정말 우리 인생에서 없어야 할 존재인거지.


거울을 보며 오늘 나와 이야기한다.

다가온다고 생각만 했던 갱년기가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며

그냥 나의 존재만으로 예쁘다. 잘했다.

스스로에게 최고의 미소를 지어본다.

거울이 보고 싶다.

또 보고 싶다.

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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