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대로 말해요

나는 참는 아이 - 여덟 번째 발걸음

나는 참는 아이, 윤현이


말은 자꾸만 먼저 튀어나왔습니다.
진심보다 앞서 있었고,
마음이 따라잡기엔 늘 조금 늦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지만,
아이의 입 밖으로 나온 건
정반대의 말, 엉뚱한 말들이었습니다.
오늘 윤현이는 그 말과 마음 사이에서
혼자서 오래 서 있었습니다.



# 8. 나는 참는 아이 – 여덟 번째 발걸음

​[3/27] 나는 반대로 말해요.

3월 27일 수요일

요즘 나는 무슨 말을 들으면 반대로 말하게 된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그냥 입에서 먼저 튀어나온다.

오늘은 집에서 로블록스를 했다.
내 캐릭터가 갑자기 죽어서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으악!” 하며 소리를 질렀다.

엄마가 오더니,
“윤현아, 소리 지르면 안 돼. 괜찮아,
게임은 다시 하면 돼.”라고 했다.

나는 괜히 더 화가 나서,
“소리 질러도 되는데요~” 하고 말해버렸다.

엄마는 한숨을 쉬면서 나를 봤다.
그리고 조금 웃는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윤현아, 나중에 엄마가 없어지면.. 그땐 어떡할래? 엄마가 없어도 그렇게 화난다고 계속 소리 지르고 있을 거야?”

나는 장난처럼 말하고 싶어서 또 입이 먼저 나왔다. “아닌데요. 엄마가 없으면 기쁠 건데요~”

그 말을 하고 나서, 엄마 얼굴이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진짜 그런 마음이 아니었는데,
엄마 마음을 꼭꼭 눌러 밟은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앉아서, 고개를 푹 숙였다.

“엄마.. 미안해요..”

작게 말했지만, 엄마는 그냥 울기만 했다.

나는 방으로 들어와서 조용히 이 일기를 쓴다.

나는 왜 이럴까. 왜 자꾸 반대로 말할까.

나는 엄마 말이 들리면,
가끔 이상하게 반대로 말하고 싶어진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하지도 않을 건데 괜히 한다고 말해버린다.

엄마가 나한테 좋은 말 해줘도,
그게 싫은 건 아닌데 그냥..
내 마음이 먼저 나와버린다.
기분이 안 좋을 땐 그냥 기분대로 말해버린다.

그때는, 엄마가 슬퍼할 거라는 생각이 잘 안 든다.
내 기분이 가득 차 있어서,
엄마 마음은 잘 안 보일 때가 많다.
나중에야, 엄마 얼굴 보면
‘아, 엄마 속상했겠다’ 싶다.
그때서야.. 마음이 좀 미안해진다.

나는 진짜로 엄마를 사랑해.
근데 그 말은 잘 안 나와.
대신 엉뚱하고 이상한 말만 먼저 나와버려.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그게 목까지 왔다가 다시 들어가 버릴 때도 많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렇게 일기에 쓴다.
“엄마, 나는 진심으로 미안해요.
진짜 마음은, 엄마 좋아해요.”


엄마의 노트


그날, 윤현이가 한 말이 너무 서운했다
정말로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울어버렸다

속으로 생각했다
ADHD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아이는
엄마 없이 못 살고,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왜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걸까?

그게 ADHD의 특성이라는 건 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전부가 되어버리는 아이
진짜 마음은 숨고
말은 먼저 앞서 튀어나와서
나를 찌르고 만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알면서도 미웠다
그 말이 너무 아팠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조용히 말한다
“엄마… 미안해요”

그 말 한 줄에
나는 또다시 이 아이를 안는다
이 아이는 분명히 사랑하고 있다
단지
그 사랑을 꺼내는 방법이
나보다 조금 서툴 뿐이라는 걸
나는
조금만 더 기억해야 한다


준혁이의 노트


나는 준혁이다
형아보다 한 살 어리고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강인한 정신력과 용기를 기르고
약한 자를 돕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태권도를 배운다
이건 태권도 끝날 때마다 외치는 말이다
나는 진짜 그렇게 되고 싶다

나는 소리 안 내고 뛰기 스킬이 있다
방에서 거실로 뛸 때도 조용히 간다
형아한테도 가르쳐줬는데
형아는 너무 쿵쿵해서.. 결국 포기했다
그날은 좀 괴로웠다

형아는 원래도 나한테 용돈을 주고
편의점 가서 과자도 자주 사준다
근데 예전에 나를 한 번 세게 때린 적이 있었고
그다음에도 계속 용돈을 줬더니
엄마가 그걸 보고 말했다
“너 형아한테 맞고 합의금 받은 거 아니지?”

나는 그건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형아는 혼자 있고 싶어 하면서도
사실은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사람 같다
그래서 다음에 또 보면
나는 그냥 옆에 있으려고 한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ADHD 아동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과정이 서툴러서, 진짜 마음과는 다른 말이 먼저 튀어나올 때가 많습니다.
불안하거나 슬플 때 오히려 장난처럼 말하거나, 반대로 말하는 건 감정을 피하려는
무의식적인 반응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버릇이 아니라,
감정 조절과 언어 표현을 연결하는 뇌 기능의 미성숙과 관련이 있으며,
아이의 말 뒤에 숨겨진 진짜 마음을 해석하고 기다려주는 어른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아이의 말보다
그 말 끝에 남은 표정을 먼저 읽게 됩니다.
진심은 언제나,
조금 늦게 오니까요.

조금 서툰 말들 사이로
아이의 마음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9화마음이 움직이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