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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T의 지기님이 지키는 "열다책방"

독립서점을 가다

by 예담

평생학습관의 읽, 걷, 쓰 프로그램으로 처음으로 독립서점을 방문하고 후기를 남겨봅니다


주소만 봐서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핸드폰 티맵 앱을 열어 목적지를 입력하고 가리키는 대로 따라 걸었다. 주소가 우리 동네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티맵에는 영창빌딩으로 나온다. 평생학습관 안내문에는 삼 층 안쪽이라 했다. 영창빌딩 앞에 도착했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삼 층을 이리저리 올려다보아도 “열다책방”이란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작은 글씨의 영창빌딩이란 간판만 보인다. 일단 삼 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도 광고판이 하나 없어 여가가 맞는지 의아하다.

의문을 잔뜩 품은 채 삼 층에 올라가 깊숙한 곳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복도 맨 안쪽 막다른 곳에 작은 글씨로 “열 다 책 방”이란 간판이 보였다. 간판을 보고 잠시 반가웠지만, 아쉽게도 문이 굳게 닫혀있다. 어렵게 강의 15분 전쯤 도착했는데 아직 문도 안 열었다니…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어둡고 퀴퀴한 책 냄새가 훅 들어올 것 같은 서점에 도수 높은 안경 너머로 졸린 눈을 하고 앉아 책을 읽다 손님이 오면 마지못해 일어설 것 같은 나이 지긋한 아저씨를 상상하며 서점 문 앞 어두운 복도에 서서 기다렸다.

잠시 후 젊고 샤프한 남성 한 분이 바쁜 걸음으로 올라온다. 말쑥하고 훈훈한 젊은 남자가 바쁘게 올라오는 것을 보고, 나처럼 수강생인가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이 열다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란다. 젊고 멋진 지기님을 보는 순간 호기심이 확 일었다. 책방지기가 이렇게 젊고 멋진 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왜 하필 이런 곳일까? 젊고 멋진 분인데, 뭔가 엄청난 뜻이 있거나, 아니면 그냥 세상 편하게 살고 싶은 부잣집 도련님인가?. 별의별 상상이 다 들었다. 접근성 좋은 곳에 있는 대형서점이나 언제나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서점에 책 제목만 알면 어떤 책이든 얼마든지 쉽게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을 알고 있는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궁금하고 답답한 마음을 숨기며 기다렸다. 지기님은 집게손가락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번호 키를 꾹꾹 눌러 문을 연다. 지기님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어둡고 컴컴했던 문밖 복도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밝은 조명 아래 책들은 깔끔하게 책의 표지가 잘 보이도록 진열돼 있다. 서점의 중앙에는 모서리가 둥그런 테이블 3개와 둥그런 테이이블 마치 대화가 잘 통하는 문우와 차를 마셔도 될 것 같다. 양쪽으로 긴 책장에는 책들이 나란히 또는 표지가 보이도록 가지런히 꽃 혀 있다. 처음 찾아 들어올 때의 기분과는 다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며 밝아진다. 다른 수강생들도 어렵게 찾았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나, 둘, 모였다.

젊고 멋진 지기님은 컴퓨터를 연결해 ppt 자료를 띄우고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했다. 생긴 것만큼 말씀도 잘하신다. 독립서점이란 말에 그것이 무엇인지부터 궁금했다. 지기님의 설명을 듣고 서점을 천천히 둘러보고 나니 점차 독립서점에 대한 매력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독립서점은 책방지기의 개성과 취향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서점이다. 책방지기의 취향에 따라 책을 고르고 분류해 놓은 것이 인상 깊다.

자신의 MBTI가 극 T라 말씀하시는 지기님의 이력조차 매력적이다. 공학도가 건설회사에 근무하며 아파트를 짓다 사직서를 던져버리고, 독립서점을 열었다. 일인 출판사도 운영하면서 본인의 이야기로 책을 낸 작가다. 작가님은 건설회사에서 멋지게 건축물을 세워놓고 그 위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간판으로 건축물 본연의 아름다움을 가려버리는 것을 혐오한다고 했다. 하지만 물건을 팔아야 하는 서점에 간판을 달지 않는다니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는 않는다.

평생학습관에서 주최하는 읽, 걷. 쓰 독서문화 프로그램 “오늘도 서점에 갑니다.”란 타이틀로 동네 작은 책방, 독립서점을 글감으로 에세이를 쓴다. 첫 수업에 참석하여 독립서점이란 곳을 처음 알았고 처음 와보았다. 유명 작가의 책 보다 무명작가나 신인 작가의 책이 많은 것 같다. 처음 마주한 독립서점은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양한 독립서점을 방문하며 좀 더 깊이 알아가고 싶다. 독립서점을 통해 글감을 찾고, 글을 써야겠다. 독립서점에서 독립 출판물이 많이 나온다. 독립서점과 독립 출판을 알게 되고 나니 오랫동안 꿈꿔 왔던 내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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