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위해 독립서점 방문기
글을 써보고 싶어 독립서점들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 내용을 같이 공유해 본다.
독립서점 방문 두 번째다. 독립서점은 사장님만의 독특한 운영방식이 있는 것 같다. 혹시 쉬는 날은 아닌지 방문 전 미리 전화해 보았다. 서점의 사장님은 보통 남자분이라 생각했는데 여자분이다. 본인은 자리에 없고 도와주는 분이 가게에 있단다. 사장 만나고 싶으면 내일 방문해 달라 말한다. 그런데 내일은 내가 시간이 없다. 책방지기를 못 본다니 아쉽지만, 계획대로 방문해 보기로 했다.
다음 빠른 길 찾기 앱으로 검색하니 예술회관역 9번 출구에서 9분 거리라고 알려준다. 가보면 있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9번 출구에서 앞으로 9분쯤 걸었다. 그리고 큰 사거리를 건넜으나 영 서점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아 독립서점은 보통 동네 안에 있지 싶다. 큰 도로를 따라 걷다 작은 골목길을 만나 좌회전하여 주택가로 접어들었다. 주택가 초입 작은 건물 1층에 책이란 글씨가 보인다. 그 옆에 “책방 건짐”이란 간판도 작게 보인다. 밖에서 보아도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문 앞에는 책방지기의 취향인 듯 세 개의 게시판에 손 글씨로 좋은 글귀들을 써서 세워놓았다. 글의 내용은 좋았지만, 내게는 좀 어수선한 느낌이다. 사진을 서너 컷 찍고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 안은 밖에서 보던 만큼이나 작고 아담하다. 중앙에는 서점의 공간에 비해 조금 과하다. 싶을 만큼 큰 테이블이 놓여 있다. 테이블 위에는 책과 컴퓨터도 올려져 있다. 안에는 손님인듯한 젊은 남자 한 분이 책장 앞에 서서 책을 고르고 있다. 직원인듯한 분도 역시 젊은 남자분이다. 계산대 컴퓨터 앞에 서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 젊은 두 남자와 서니 갑자기 무얼 물어야 할지, 무얼 봐야 할지 좀 뻘쭘해진다.
서점은 작은 상가에 안쪽에는 방으로 쓰던 곳인 듯하다. 안쪽으로는 턱이 있으며 살짝 높다. 올라가기 쉽게 디딤돌같이 작은 한 개의 계단이 놓여 있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고 편안해 보이는 쿠션도 놓여 있다. 그 공간에서 오손도손 둘러앉아 독서 모임도 하고 다양한 소모임이 이루어질 것처럼 보인다. 책은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되었고, 중간중간 예쁜 손 글씨로 책에 관한 설명을 적어 붙여놓았다. 책을 펼치지 않고도 내용을 알 수 있어 책을 고르는 데 편리했다. 진열대 한쪽 편에는 실로 짜서 만든 카드지갑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혹시 책방지기님이 손수 만드셨는지 직원분께 물으니 지인의 부탁으로 진열해 놓고 판매하고 있다고 말한다.
책장 앞에서 책을 고르던 젊은 손님이 책 한 권을 골라 계산하더니 여기 앉아서 읽어도 되는지 묻는다. 직원은 급히 테이블을 정리하고 자리를 만들어 권한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책을 사서 보관해 놓고 다니며 읽는다고도 말한다. 단골손님들이 스스럼없이 편하게 드나들며 책도 사고 읽기도 하는 동네 사랑방 같은 책방인 듯하다. 나도 책장 앞으로 가서 책을 보았다. 사고 싶은 책을 정해놓고 간 것도 아니고 책방지기의 취향도 알 겸 책방지기에게 추천받고 싶었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다.
책방지기는 없고 직원도 아르바이트생 같아서 잘 모를 것 같다. 책을 거침없이 골라서 앉아 읽는 젊은 손님이 책에 대해 많이 알 것도 같다. 둘을 번 갈아 바라보며 글을 맛깔나게 쓰고 싶은데 내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물었다. 젊은 손님이 책을 읽으며 도움을 줄 거란 기대는 안 했는데, 책에서 시선을 떼고 똘망똘망 목소리로 거침없이 대답한다. 성해나 작가님 소설 『혼모노』를 감명 깊게 읽었다. 아기 무당에 관한 이야기인데 표현이 감칠맛 나고 재미있었다.라고 말해준다. 자신 있게 책을 권하는 모습에서 왠지 믿음이 가고, 쉽게 안 접해본 주제라 더 호기심도 생긴다.
고민하지 않고 성해나 작가님의 소설 『혼모노』를 사기로 했다. 직원이 컴퓨터를 찾더니 여기에는 그 책은 없다고 말한다. 다시 고민하며 책장 앞으로 다가서니 직원이 안쪽 높은 곳에도 책이 많으니 올라가서 보란다. 카펫이 깔려 있어 신발을 벗어야 할 것 같아 쭈뼛거리자 “신발 신고 올라가셔도 돼요.” 하고 말한다. 그 말에 신발을 신은 채 올라갔다. 그곳의 책도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바닥에 열댓 권의 책이 한 줄로 높이 쌓여있다. 맨 위의 책을 집어 살펴보고 있는데 직원이 “아하 『혼모노』여기 있네요. 사장님이 오늘 들여놓으신 것 같아요.” 젊은 손님의 말에 홀린 듯 선택한 책이 없는 줄 알고 포기했는데 내가 무심코 집어 든 책 바로 밑에서 『혼모노』가 딱 발견된 것이다. 순간 놀랍고 신기했다. 아기 무당 이야기란 말에도 뭔지 모를 신비감이 있었는데, 없다던 책이 갑자기 나타나다니…
카드를 꺼내 결제하고 나니 직원이 따뜻한 재스민차와 초코바를 건네준다. 차를 받아 젊은 손님과 마주 앉았다. 차를 홀짝이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젊은 손님은 현재 대학생인데 8월 입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했다. 입대 전 책방 투어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나도 30년 정도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올해 은퇴하면서 다양한 경험에 대한 갈증을 느껴 오던 중이다. 경험과 독서 글쓰기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순식간에 30분이 흘렀다. 우리 아들아이도 책을 참 좋아하고, 틈만 나면 북스테이를 다녀온다. 순간 젊은 손님과 아들이 겹쳐 보여 친근감이 들었다. 다음 일정이 있어 아쉬운 마음으로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서점을 나왔다.
서점의 직원도 아닌 젊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책 『혼모노』를 추천받았다. 나는 결국 그 책을 사게 되었다. 아쉽게도 사장님은 못 만났지만, 젊은 손님과의 편안한 대화나 도서의 추천은 참으로 좋았다. 그래도 이 아늑하고 편안한 책방을 가꿔온 그분을 한 번쯤은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시간을 내서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손에 들린 소설 『혼모노』를 생각하니, 그 내용이 궁금해 마음이 설렌다. 작지만 아담하고 정겨웠던 ‘책방 건짐’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