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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Aug 19. 2024

한 번 더 체크 타임

퇴직 후 삶 준비의 중간 점검 

내 둥지에 30년을 품었던 작은 새가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났다. 빈 둥지를 실감하기도 전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꽁꽁 묶였다. 매일 저녁 퇴근 후 가던 탁구장도 못 가게 되었다. 원장인 내가 코로나19를 전염시키는 비극은 초래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주위의 모든 것을 차단했다. 

   

내 품을 떠난 아들아이마저도 자주 보지 못했다. 집안에 기제사가 돌아오면 제사상을 차려 놓고 사진을 찍어 시 작은아버님댁과 시동생 집과 아들아이에게 보냈다. 이제부터 제사 시작할 테니 사진 보고 절하라고 웃기지만 웃지 못할 상황을 전해야 했다. 쉰의 고개를 넘기고 예순으로 들어서는 내게 불어온 스산하고 혼란한 바람에 삶이 흔들린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고 누구도 만날 수 없는 퇴근 후에는 마스크로 무장하고 배수지 공원 트랙을 매일매일 하염없이 걸었다. 무력해지는 자신을 추스르며 많은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처음 새사람을 들이고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우선 예전 내가 결혼하고 힘들었고 싫었던 일부터 생각하고 며늘아기에게는 그렇게 하지 말도록 하자 마음먹었다. 코로나19로 아무도 못 만난다. 그 틈에 때로는 모여서 때로는 줌으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우쿨렐레를 배우기 시작하며 무료함을 달랬다. 다음은 글쓰기 수업이다. 평생학습관의 중년의 글쓰기 수업은 줌 수업이라 비교적 자유로웠다. 또 다른 도전의 글쓰기 수업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난 과거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도 하게 된다. 수업 첫 시간 들었던 “쓰다 란 살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글을 쓰며 더 알찬 앞으로의 삶도 준비하게 되었다. 내게 쓰기는 삶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글을 쓰며 며늘아기와 부쩍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내가 글을 쓰면 제일 먼저 읽어주는 독자가 며늘아기다. 내 글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어릴 적 모습까지도 알아 갈 수 있게 되었다. 글로 소통하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듯 만나면 대화거리가 풍성해진다. 그리고 며늘아기에게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를 글로 다듬어 표현하다 보니 오해 없이 서로의 마음을 잘 전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덕분에 때론 딸 같고 때론 친구 같고 때론 동료 같은 다정한 사이가 되었다. 둘이서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리고 지금은 취미로 브런치 스토리에 1권으로 『좌충우돌 어린이집의 하루』를 30화로 마무리했고, 이제 2권으로 『인생 이모작 알차게 가꾸기』란 이야기를 연재로 올리고 있다. 노년의 삶을 좀 더 지혜롭고 행복하며 풍요롭게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답답하고 우울했던 시간을 우쿨렐레를 배우면서 즐겁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설렘과 활력으로 삶에 신선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구청에서 작은 연주회도 서너 번 가졌다. 그 자신감으로 지금은 기타도 배우며 더 큰 뜻을 품어본다. 들어주는 이 봐주는 이 없지만 내 흥에 겨워 마음껏 기타 줄을 튕기며 즐겁게 기타 연습을 하고 있다. 훗날 여러 사람과 더불어 즐길 수 있을 거란 큰 꿈을 가슴에 품고 나만의 행복한 연주를 즐긴다. 그간 못하던 탁구도 시작했다. 한동안 베란다에 방치해 둬 바람 빠진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넣어 거리로 끌고 나가 싱싱 달려도 봐야겠다. 

  

 이제 어린이집이 사양길이다. 출생률 저하로 아이들이 줄어든다. 그나마 젊은이들은 모두 신도시로 몰리고 있다. 이곳은 구도심으로 점점 젊은이가 줄어드니 별다른 대책이 없다. 내 나이 예순 하고도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손에서 일을 놓게 되었을 때 방황하지 않고 많은 여유 시간을 알차게 잘 보낼 수 있도록 퇴직 후의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의 의미로 나를 돌아보며 한 번 더 체크 타임을 가져보았다. 이 정도면 잘하고 있구나! 이대로 지혜롭게 꾸준히 준비해 보자 자신을 토닥이며 입가에 엶은 미소를 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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