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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몽글 몽구름 Oct 19. 2023

엄마, 아내가 아닌 나의 나흘간 이야기 (1/2)

문구작가 생에 첫 일러스트페어 참여

부정맥 오겠다. 이거 준비하는 게 뭐라고 요즘 들어 이렇게 설레고 떨리고 난리인지! 


행사 전 지하철을 타고 벡스코를 타고 가면서 프로 잡생각러=INFP인 나는 또다시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자기혐오 시간과 자존감 올리는 시간의 아이러니한 공존)

늦은 나이에 주책이 아닐까. 하지만 어디선가 나이 들었다고 못하는 건 아동복 모델밖에 없다는 글을 보고 나서는 나쁜 일도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좋았지. 


혼자 취미로만 그림 그리던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새로운 기능들을 이용해 인쇄용으로 그림 완성을 시키고, 노트북으로 옮겨 추가작업도 하고. 새로 배우는 것 투성이었다. 그래서 재미난 나날의 연속이었다. 어렵거나 재미없지도 않았다. 오히려 ‘오, 나 이 나이에 이런 것도 잘 배워! 오, 나 이것도 잘해! 오, 이것도 할 수 있어!’ 등 사회생활과 단절되어 지내며 -아무리 집순이 체질이어도 강제로 몇 년 동안 가사와 육아로 인해 프로 집안러가 되니 답답했던 내게는- 떨어졌던 자존감이 조금씩 채워지는 자기 계발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선지 일러스트페어 참여가 더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그거 단순히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떨어진 자존감으로 버무려진 내가 갖고 있던 내 색, 내 개성을 찾아가게 하는 길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첫째 날.

오만가지 생각으로 들뜬 심장과 함께 약간은 상기된 상태로 부산 벡스코에 도착한 첫날이었다. 이제 감상은 잠시 접어두고 전 날 미처 하지 못했던 배치를 다시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옆 부스의 부부가 도착해 인사를 나누며 오픈시간을 기다렸다.


첫날은 목요일이라는 평일 특성상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날은 아니었다. 정신없지도 않았고, 나를 찾아와 주는 고마운 분들도 더러 있어서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지 않은 그런 첫날이었다. 부일페 티켓 이벤트에 당첨되어 인사와 주신 분들도 감사했고, 정신없어서 미리 준비 못했던 운명의 작가님 포토카드도 첫 손님이 오셨을 때 얼른 깨닫고 잽싸게 다녀와서 드렸던 것 같다. 그 손님께는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 재차 방문하게 해 죄송했을 따름.


운명의 작가님으로 방문하신 분들께 드리는 포토카드, 인증숏을 남기고 방문해야 하는 부스번호를 적어 편의성을 높였다.


오전부터 정신없이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 한숨 돌리고 나니, 갑자기 전화가 왔다. 누구지? 전화를 받으니 남편친구가 커피 뭐 마실 거냐고 연락이 왔다. 오! 개이득! 먹고 싶었던 아이스 카페라테를 말하고 잠시 있으니 남편친구네 부부가 왔다.


남편친구 내외가 와서 개시해주겠다는 고마운 배려를 베풀어 주었지만 아쉽게도(?) 이미 개시해서 판매가 어느 정도 되었다고 하자 기분 좋은 아쉬움을 표현해 주어 약간 우쭐해졌다. 그는 센스 있게도 일러스트페어의 핵심 아닌 핵심인 뽑기를 몇 개 하고 가겠다며, 뽑기도 여기저기 많이 비어있어야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냐는 심리전을 이용한 마케팅 계획을 함께 공유하며 뽑기를 해 내 부스가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티가 나지 않도록 해주었다.


남편친구 내외는 잠시 그렇게 부스를 빛내주다 본인들도 구경을 하겠다며 자리를 이동했고 이후로는 나도 방문객들과 인사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인스타에 그날의 기록을 남기며 부일페의 첫날이 지나갔다. 

인스타에 남긴 첫째 날의 후기_✨



둘째 날은 목요일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날이었다. 그래도 둘째 날이라고 조금은 여유롭게 방문객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그렇다고 착각 한 걸지도 모른다.) 


오픈시간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스킹테이프에 관심을 보여주신 손님께서 이쁜 녀석을 구매해 주신 걸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며 여러 손님의 방문이 지나고 잠시 한숨 돌리던 중이었다.


현재 스마트스토어에서도 판매중인 마스킹테이프들_�


평소 좋아하던 다꾸유튜버 범지님의 벡스코 도착 스토리를 보고 만 것이다. 그때부터 지나다니는 분들마다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고 있었다. (평상시 너무 팬이었어서 실물 영접을 꿈꾸고 있었다.)

그런데, 저-기서 평상시 유튜브로 뵙던 모습의 예쁘신 분이 끼리끼리라고 다른 이쁘신 일행분들과 함께 구경하며 오고 계신 것이 아닌가!

사실 나는 브랜드도 천천히 크는 중이라 모르실 거고, 게다가 아주 심한 내향인인 나는 엄청난 내적갈등을 거치고 거쳐서 겨우겨우 용기 내 아는 척을 해보았다! 나이 많은 아줌마가 아는 척해서 놀라셨겠지만 그래도 평소 좋아하던 유튜버라 부끄럽다는 이유로 아는 척을 못하면 길이길이 후회가 남을 것 같아 겨우겨우 다가가서 “범지님, 아니… 세요..?” 하며 말을 걸어놓고는 덜덜 떨며,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랐던 그 찰나의 순간마저도 일러스트페어에 참여했기에 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범지님 유튜브에 소소하게나마 등장해 버렸다... 나는 성덕

그렇게 한창 시간이 지나고 소소하게 제품들을 판매하며 주말이 되면 더 바빠질 것 같아서 점심시간쯤 한가해지면 좋아했던 작가님들 부스 가서 주접떨다 돌아오고 또 내 부스에도 새롭게 방문해 주시는 작가님들과 수줍게 대화를 나누며 금요일은 나의 즐거움과 사심을 채우는 하루로 보냈다. 



그리고 진짜 시작은 셋째 날인 토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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