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지만 열심히 준비했어요.
이런! 어영부영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부일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내가 일러스트페어때까지 준비를 다 못할지 알았다. (가끔 본인을 과소평가 하는 편, 근데 그게 맞음…)
사실 중간에 취소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주긴 하는데 이 때 여기저기 물어보면서 참가할지말지 엄청나게 고민했더랬다. (진짜 주변인들 괴롭혀서 죄송하고 이런 내 고민 들어줘서 고마워요.)
바로 포기하기에는 기간의 여유는 있었고, 지금의 내 브랜드를 계속 해 갈 생각이라면 이번에 참여해보는 것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았고 만약 잘 안되더라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공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질러보자 하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나는 핑계가 많은 사람인데 이런 내가 나의 핑계인 아이 둘을 챙기는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며 이만큼이라도 해낸 내가 스스로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부스를 꾸미기 위한 소품들도 8월 중순에 미리 주문해서 8월말에 받아 내가 생각한 부스 이미지를 생각하며 사이즈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일러스트페어에 축척해서 (이렇게 쓰는게 맞는 표현인지 모름; 너무 오랜만에 쓰는 단어라…) 이리저리 나름 배치를 해보았고 나는 쪼렙작가였기 때문에 코너부스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고 배정 받고 확정받았기 때문에 이 코너부스를 나름대로는 잘 활용해보고 싶었다.
행사기간은 9/7(목)부터 였지만 9/6(수)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미리 부스를 꾸밀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에 혼자 집을 열심히 싸서 전날 택배를 부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남편이 본인이 바래다 주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남편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혼자 할 수 있는데…)
도착하니 다들 열심히 각자의 부스들을 꾸미고 있었고 내 부스는 너무 구석도 아니고 알파벳 앞부분쪽이었어서 사람들이 차례대로 둘러보면서 눈길이 가기 쉬운 코너쪽이었기 때문에 정말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일적으로 욕심난게 정말이지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짐은 큰박스 두개정도로 최대한 잘 우겨넣어 챙겨온 짐들을 가져오고 현수막부터 설치했다.
처음에는 현수막 준비하면 현수막 천 종류는 뭘로 할 지, 부착은 어떻게 할 지 막막했었는데, 현수막 천도 텐트용천으로 할 필요는 없고(텐트용 천이었으면 무거워서 오히려 이런 페어에서는 불리했을 것 같다.) 마감은 그냥 열처리로 실만 안나오게 깔끔하게 하면 저렴한 금액으로 다회 사용 가능한 현수막을 제작할 수 있다. 현수막 부착은 여러방법이 있는데 이것도 일러스트페어측에서 가능한 접착테이프 종류를 딱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대로 준비할 수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책상사이즈도 미리 알려줬었는데 이런! 천 한 마 정도면 되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 착오였다. 책상하나당 천이 1.5마는 있어야 적당하다. 그래도 여분 천을 챙겨오는 바람에 눈에 띄지않는 부분은 커버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 사이즈 맞춰가며 세팅하는데 어머나, 나 처음 참가하는 거 맞아? 디피하고 나니 너무 딱맞게 완성한 거였다. (사실 안챙겨 온 게 한 두개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2시간 정도 추가로 준비할 시간도 있어서 이건 이 때 하기로 했다.)
그렇게 완성된 내 생에 첫 일러스트페어 디스플레이는 이런 모습이었다.
모든 디피용 소품들은 내경 외경을 모두 정확하게 알고 있는게 좋다. 허술한 나여도 이건 확실하게 알고 갔다. 외경으로는 배치간격 조절을 하고 내경으로 내 굿즈들 배치를 신경쓰면 큰 문제는 없는것 같았다.
아직 행사는 시작도 안했고 부스 설치만으로 체력소진은 다했지만 가슴이 떨리고 심장이 뜨거워지는 일이 오랜만이라 그런지 나에게는 설렘이 더 크고 가득했던 이벤트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