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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몽글 몽구름 Oct 13. 2023

네, 일러스트페어에 붙긴 붙었는데요-

어… 뭐부터 해야 하지?

사실 일러스트페어 합격메일을 받고 순간 기쁘긴 했지만 시간이 잠시 지나고 바로 머리가 멍해졌다.

어… 뭐부터 해야 하지?



지금까지 수많은(=내가 좋아하는) 문구작가 및 사장님들의 유튜브, 인스타를 보면서 머릿속에서 큼지막하게 여러 품목을 그려보긴 했지만 막상 합격을 하고 보니 갑자기 겁이 덜컥 나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큰 행사에 참가해도 괜찮은 걸까, 애엄마로서 육아에 충실할 것이지 너무 무책임하게 도전한 건 아닌가, 주변에 정보 주고받을만한 지인도 없는 주제에 겁대가리 상실한 건 아닐까 등등 불건강한 INFP의 어두운 면이 꿈틀거리며 커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얼른 준비하자, 이렇게 슬퍼하고 좌절하고 있을 시간에 뭐라도 하나 만들면 된다는 생각에 메모어플을 얼른 켜서 지금 제작할 수 있는 스티커  개수를 정하고, 평상시에 만들고 싶었던 품목들 중에서 가능한 것들 위주로 하나 둘 정하기 시작하자 금방 틀이 잡혀갔다. 

대략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체크해 가면서 제작했던 것 같다.

사실 품목만 정해두고 계획 없이 오늘은 어떤 품목을 몇 시간 작업하고, 어떤 날은 또 다른걸 몇 시간 작업하고 이런 식으로 그날그날 하고 싶은 작업을 하면서 완료된 내용만 체크하면서 일을 진행시켰던 것 같다. 나는 계획대로 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편이 효율이 훨씬 좋은 편이라서 그렇게 하긴 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뭐 제대로 하나 싶을 순 있겠지.


특히나 나의 이 글이 일러스트페어를 처음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큰 틀을 공유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그래도 MBTI - P들끼리 통하는 암튼 뭐 그런 게 있다고 치자.)



1. 하고 싶은 품목 모두 리스트업 (다 할 수 없는 부분 감안하고 넉넉하게 여러 종류 생각해 두기)

2. 부스사이즈 확인 

3. 제공데스크 사이즈 체크 (개수 및 배치 고려)

4. 데스크 위에 올릴 거치대 사이즈체크 (판매상세페이지 참고 - 데스크 범위 내에서 초과되면 안 됨.)

5. 거치대사이즈에 맞는 품목 (거치대는 내경까지 체크할 것, 그리고 굿즈들 사이즈 정하기)

6. 리스트업 중에서 가능한 종류들로 하나하나 준비해 보기(여기서 위의 체크리스트들을 활용했다.)

7. 품목별 종류 (엽서 몇 종류, 마스킹테이프 몇 종류, 스티커 몇 종류 등 구매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을 최소이상으로 준비하기)



그렇게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다 보니 어느새 7월이 됐고, 샘플발주가 먼저 필요한 제품들은 샘플발주를 하기 시작했다. 스티커, 떡메모지들은 늘 맡기던 업체 색감을 알아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립톡, 키링은 그림만 잘 그리고 파일 접수하면 되는 거여서 어렵지는 않았는데(아이디어 내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마스킹테이프는 혹시나 내가 그린 그림에서 이음새가 끊기거나 어색하거나 하면 안 되는 거라 정말 밤에도 낮에도 눈알 빠져라 이어 보면서 그림파일에서 컬러링이 누락되지는 않았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작업했던 것 같다. 

(육아하면서 작업하기란 정말 힘들다… 모든 워킹맘들 파이팅,,!!!)


그립톡이 폰에 붙이는 거라 그런지, 폰을 열심히 보는 몽토와 몽범 이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스티커제작에도 당연히 심혈을 기울였지만 특히 그립톡과 마스킹테이프에는 진심이었다. 문구사장님들 모두 그렇겠지만 나도 내 나름대로 내 폰에 붙이고 싶은 그립톡, 내가 대꾸할 때 쓰고 싶은 마스킹테이프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다 보니 엄청 대용량으로 제작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만들면서 올해 들어 가장 뿌듯했던 과정 중에 하나였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실 그중 마스킹테이프는 몇 번씩 갈아엎기도 했다.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고. 실제로 마스킹테이프는 화지라고 하는 반투명의 종이테이프 같은 곳에 인쇄돼서 생각보다 색이 많이 연해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진하게, 그렇지만 내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색감인 파스텔톤을 지키면서 만들어야 해서 색감조정을 정말 몇십 번, 몇백 번은 한 것 같다. (미술, 디자인 전공자분들께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는 바입니다.) 


업체에 파일 접수했다고 끝이 아니라 제작 전에 업체에서 패턴이 몇 회 반복된걸 미리 보여주는데 그걸 보면서 수정사항이 있으면 바로 또 수정했던 기억이 있다. 수정사항이 있을 때 바로바로 해주지 않으면 제작기간도 오래 걸리기에 문자 받으면 육아 중에도, 저녁준비 중에도 방에 들어가 잽싸게 맥북을 열어 작업하고, 또 올라오면 바로 확인하고. 이번 마스킹 테이프들에 전력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과장이긴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한 20mm 마테 중 가장 인기색상인 블루와 퍼플


그렇게 준비한 제품들로 일러스트페어를 준비하다 보니 인스타홍보 및 중간 마켓준비를 못했던 건 많이 아쉬웠지만 제품 준비에 대한 아쉬움은 적었다. 다음 글은 일러스트페어 당시의 내 느낌을 글로 옮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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