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전 의원은 진보정치가 기존의 이념적 순수성을 고수하는 대신 시민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믿었다. 진보신당에서는 18대 총선 패배 직후 재정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8년 5월 16일 재창당에 대한 평당원 토론회가 진행됐지만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미국산 소고기 수입 철회 촛불집회에 당력을 집중하게 된다.
진보신당 칼라TV는 진보의 세속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칼라TV는 촛불집회 방송, 연행자 면회, 경찰서 항의 방문 등 생중계했다. 칼라TV는 진보신당의 방송 채널로 기존의 언론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대중들과 독자적으로 소통했다. 진보정당이 대중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적 변화였다. 노 전 의원은 칼라TV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해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칼라TV는 진보정치의 비전과 이념을 홍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노 전 의원은 "촛불시위의 배후가 있다면 이명박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협상 때문에 건강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순수하게 모여서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외면하는 자체가 문제입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보신당은 촛불집회가 사그라들면서 재창당 작업에 다시 착수했다. 2008년 9월 지역별 순회 토론회를 진행했고 4대 가치인 평등, 생태, 평화, 연대 외에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09년 3월 29일 진보신당은 노회찬 단독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노 전 의원은 취임사를 통해 "진보신당을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집권정당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정치세력을 비판하기에 앞서 진보정당 스스로의 반성과 혁신으로부터 첫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서민에게서 진정한 벗으로 인정받는 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민주노총에만 의존하는 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총으로부터도 소외된 더 낮은 곳의 노동자와 고용체계에서도 축출된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서민중심형 복지동맹으로 노동의 정치를 강화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2009년 4월 29일 울산광역시 북구에서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를 당선시켜며 원내정당으로 거듭나게 된다.
2009년에는 용산 참사와 쌍용자동차 사태가 있었다. 용산참사는 1월 20일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해당 화재로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해 경찰의 과잉진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칼라TV는 농성이 시작된 날부터 맞은편 건물에서 방송을 시작했고, 당시의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데 일조했다. 노 전 의원은 "용산참사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공격당한 가자지구 같습니다. 경찰이 국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국민 자신이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화염병을 드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닙니다"라고 지적했다.
쌍용차 사태는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 단행에 반발해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 경찰은 식수 반입과 의료진 투입을 막았고, 헬기로 최루액과 가스를 뿌리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칼라TV는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 사건의 심각성을 널리 알렸고, 노 전 의원은 쌍용차 살인진압 반대와 평화적 해결을 위한 단식농성을 벌였다. 노 전 의원 "정부가 쌍용차를 살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노조를 굴복시켜 노동시장 유연화를 관철하는 것을 목표로 삼음으로써 쌍용차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노사의 자율적인 마지막 교섭을 보장하고 진심으로 쌍용차 회생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라고 촉구했다.
노 전 의원은 이념적 논쟁은 과감히 탈피하고, 시민 속으로 뛰어들었다. 오로지 노동자, 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연대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진영 내 근본주의자들의 비판은 감수해야만 했다. 진보정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현대사회에서 이념, 지역, 세대, 젠더 등 사회적 갈등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하나의 정당이 모든 사회적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조금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분열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를 함께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진보정당은 재건될 수 없다. 나만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