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전 의원은 민주노동당에서 주체사상파(NL)의 패권주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분투를 벌여왔다. 민주노동당은 대선 참패 이후 심성정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시켰고, 노 전 의원은 당내 개혁에 힘을 실었다. 노 전 의원은 민주노총, 전농 등 시민사회 분열을 우려해 분당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NL은 친북정당 이미지 해소를 위한 혁신안을 거부했다. 노 전 의원은 민주적 정당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민주노동당을 탈당을 선언했다.
노 전 의원은 2008년 2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습니다. 이제 민주노당은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자신의 존립 의의를 부정했습니다. 두 개의 진보정당이 존립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 내부문제를 감싸 안으면서까지 발버둥 쳤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심정으로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떠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노 전 의원은 진보신당 창당 준비위원회에 합류했다. 그는 3월 2일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현실 정치세력으로 참여하는 이상 총선을 없는 것처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진보신당은 시간이 걸리고 총선 전에 100% 불가능하지만 새로운 신당을 힘 있게 만들어 내기 위해서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총선을 정면 돌파해야 진보신당의 원동력을 가꿀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만든 정당이어서는 안 됩니다. NL이니 PD니 하는 낡은 정파질서의 한쪽을 대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닙니다. 최대한의 노력을 통해 가장 광범위한 세력들이 함께 모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진보신당은 18대 총선이 코앞이었기 때문에 곧장 수도권 출마자들을 확정했다. 공동대표인 노 전 의원은 서울 노원병에, 심 전 의원은 경기 고양갑에 나가게 됐다. 목표는 두 자릿수 지지율과 비례대표 6번까지 당선시키는 것이었다. 노 전 의원은 지역구 슬로건으로는 '생태・교육・문화 1번지'를 내걸었다. 주요 공약으로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경전철 구간연장, 강남-노원 교육격차 해소, 국공립 보육시설 50% 이상 증설 등이 있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노 전 의원이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를 앞서면서 격전지로 꼽혔다. 그는 "서민들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이 노원구가 다른 사람들이 이사 오고 싶어 하는 지역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서민의 진정한 대변자만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투표 결과 홍 후보는 43.10%, 노 전 의원은 40.05%를 득표해 3.05%(2343표) 차이로 낙선한다. 김성환 통합민주당 후보가 16.26%의 표를 얻으며 선전한 것이 컸다.
진보신당은 지역구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정당득표는 50만 4434표(2.94%)에 그쳤다. 봉쇄조항인 3%에 0.06%가 부족해 비례대표 의석도 얻지 못했다. 짧은 시간 내에 창당을 하면서 자금, 조직 등 선거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부족했다. 정당득표율 2%를 넘겨 정당등록취소를 면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진보신당은 4월 10일 성명을 통해 “진보신당은 계속 갑니다. 국민의 선택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3월 16일 창당해 힘겨운 싸움이 되리라 예상했지만 결국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노 전 의원의 석패를 아쉬워하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진보신당 살리기 움직임이 일어났다. 진보신당의 당원 가입이 급증하고, 후원금 문의가 쏟아졌다. 노 전 의원은 “워낙 진보신당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을 맞이했고 개표방송을 하면서 오히려 알려진 것 같습니다. 매일 200명 이상 신규 당원들이 생기니까 총선 패배의 아픔보다는 이후 전망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에게 진보신당 창당과 총선 패배 뼈아프지만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정치적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고뇌를 경험했고, 진보정치의 본질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생전 노 전의원이 이념이 아닌 실용에 초점을 맞췄던 것은 오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안타깝게도 노 전 의원이 죽음 이후 정의당의 갈라파고스화는 가속화됐다.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정치인들이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고집함으로써 완전히 고립 돼버렸다. 노동자, 서민, 청년이 공감하지 못하는 진보정당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온 힘을 다해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