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전 의원의 새세상 선언과 제7공화국 11테제에는 경제, 복지, 통일 등 진보정치 비전이 담겨있다. 2007년 대선은 민주노동당에게 있어 위기이자 기회였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석을 확보했지만 당 지지율은 2.2%까지 떨어졌다. 당내 주체사상파(NL)와 민중민주파(PD)의 이념 갈등은 심해지고, 주요 지지 기반인 노동자・서민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진보정당은 권영길 후보로 이미 두 차례 대선 경험을 치러봤기에 새로운 인물에 대한 열망이 높았다. 노 전 의원은 2007년 3월 11일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 선언에서 “진보정당 집권의 꿈을 실현하겠습니다. 최초의 민주노동당 출신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라는 정치경력을 쌓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노 전 의원은 왜곡된 분배구조와 양극화 문제를 정조준했다. 노 전 의원은 “2006년 경제성장률이 실현 가능한 최대 성장치인 5%에 이르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출도 기록적인 3000억 달러에 도달했는데 경제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바로 분배 문제입니다. 재벌 중심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들은 수직계열화 됐습니다. 재벌기업이 원가절감 압력을 연구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해결하지 않고 하청업체・납품업체에 전가하고, 이들 업체들은 비정규직 착취를 통해 채산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노 전 의원은 일자리・주거・교육・건강 등 서민 4대 기본권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백만장자 대기업으로부터 매년 20조 원을 걷어 650만 빈공층에게 지원하겠습니다. 빈곤층 자녀들도 학비걱정 없이 맘껏 공부할 수 있도록 무상교육 서비스를 확실히 지원하겠습니다. 돈 없어 병원 못 가는 의료보험 사각지대 60만 명을 포함 모든 빈공층에게 무상의료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빈곤층도 일터에서 맘껏 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최소한의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특별법 ▲공공교육복지일자리 100만 개 창출 특별법 ▲분양원가 전면공개법 ▲주택 초과보유 제한법 ▲공공임대주택 150만 호 건설특별법을 공약했다. 노 전 의원은 “이 모든 법을 취임 100시간 이내에 국회에 제출하겠습니다. 2008년 정기국회까지 통과시켜 내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통일 정책으로는 남북한 병력 감축과 낮은 단계의 국가연합을 제시했다. 노 전 의원은 “평화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원인을 제거한 상태여야 합니다. 남북한 지상군 병력을 10만 명으로 감축하겠습니다. 절감되는 군사비 예산으로 공공교육과 복지 예산을 확대하겠습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남북간 불가침조약과 북미수교를 이끌어내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6・15 공동선언이 약속한 낮은 단계의 국가연합을 성사시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은 7월 17일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제7공화국 건설운동을 선포하고 11테제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반신자유주의, 교육・의료・주택・일자리의 국가 완전 보장, 통일, 탈동맹 평화, 차별 철폐, 전력・가스・철도・통신 기간산업 사회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식량주권, 성평등, 녹색국가, 국민발의제・국민소환제 등으로 구성됐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사회의 문제점만 지적하는 문제제기형 정당을 넘어서서 동시에 해결하고 책임을 지는 정당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집권해야 합니다. 이제부터 밥 한 숟가락을 뜨더라도 물을 한 모금 마시더라도 그리고 사소한 활동 하나를 하더라도 집권과 무엇이 연관이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지부건의 계획 속에서 모든 사업이 배치돼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노 전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3위를 기록하며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당초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다른 두 후보보다 앞섰지만 조직력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심상정 후보 지지를 선언했지만 권 후보가 최종적으로 대선 후보가 됐다. 그 해 민주노동당은 2002년 대선보다 낮은 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참패했다.
노 전 의원의 2007년 대선 경선 과정은 그의 정치적 신념과 사회 개혁 의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제7공화국은 기존의 정치적 질서를 넘어 새로운 체제를 설립하는 개념으로, 제시된 정책들은 그가 평생을 추구해 온 사회 정의와 평등의 가치관이 반영돼 있다. 당시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했지만 여전히 유효한 내용들이 많다. 노 전 의원이 남긴 정치적 유산으로 진보정당들의 지침서가 충분히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