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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자 Jun 30. 2023

제발 아프지 마세요

가슴 철렁철렁, 저 쓰러질 것 같아요

요즈음 마을 학교에 수업 가는 날이면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한쪽 눈을 실명해 한쪽 눈으로 생활하는 장 00 학생은 발치하고부터 죽으로 끼니를 해결하더니 마을 학교에 오면 누워있다가 수업을 했다. 그러더니 아예 못 나오신다. 게다가 볼 수 있는 한쪽 눈에 염증까지 생겨 치료 중이라 여러 날 결석이다.    

           

설상가상으로 반장님은 소화가 안 되어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먹기가 싫어서 죽으로 식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마을 학교에 와서 공부하고 가셨다. 그래도 숙제는 꼬박꼬박 해왔다. 정신력이 대단한 반장님이다.               

마을 학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오늘도 반장님이 안 보인다. 4일째 결석이다. 서둘러 책가방을 내려놓고 증상이 어떠신지 반장님에게 전화했다.       

        

 아침에 죽도 못 먹었어도 오늘은 공부하러 가려고 했는데 근력이 없어서 못 갔네유소화도 안 되지만 아무것도 먹기가 싫어유.”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삼일 죽을 먹어도 기운이 없는데 벌써 20여 일이니 어떻겠는가. 나는 위내시경 검사를 권했다. 그랬더니 작년 12월에 위내시경 검사 했을 때 위염이라고 해서 이번 당진종합병원에 입원 중일 때 의사가 위내시경 검사하자고 해도 안 했다고 했다. 나는 의사마다 판독이 다르니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해 볼 것을 권했다. 그랬더니 본인 아픈 것은 본인이 잘 안다고 했다. 무언가 먹고 체했는데 자꾸 체하기를 반복해서 그런 것 같아 당장은 위내시경 검사는 하지 않고 참아본다고 했다.          


성실한 반장님이 오래 편찮으니 온몸의 기운이 쫙 빠져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숙제 검사를 하려다가 반장님이 그동안 해온 숙제를 찾아보았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오 남매를 혼자 키우다 보니 결단력 있고, 의리도 있고, 결심한 것을 지키려는 의지가 대단한 반장님의 작품을 재빠르게 찾았다. 바느질하는 그림에 쓴 글이 눈에 확 띄었다.      

    

옛날에는 한복도 꼬매고 무명실로 양말도 뜨고장갑도 뜨고호롱불 앞에서 수도 많이 놓았는데 지금은 눈도 침침하고 기억력도 히미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서툴지만 정성으로 그린 반장님의 바느질 그림을 보고 있자니 어렸을 때 엄마 생각이 났다. 나는 나이가 들었어도 엄마라고 불렀다. 우리 엄마는 낮에 밭일, 길쌈, 부엌일 하시고 밤에는 항상 바느질하셨다. 자다가 눈뜨면 엄마는 언제나 호롱불 아래서 가족들 입히려고 바느질을 했다. 엄마를 떠올리면 쉬거나 놀고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엄마는 일하는 사람이었다. 이곳 마을 학교 학생들이 내 엄마처럼 항상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런데 하루 세끼를 죽으로 20여 일째 살고 계시다니 내 마음이 편치 않다. 아니 불안하다 못해 가슴이 떨린다. 

              

아파서 결석하는 반장님 작품을 꺼내 보다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할 때 시화 작품을 하기로 했었다. 그때 쓴 반장님 작품이 근사하다. 다음은 반장님 시화 작품이다.        

코로나 19 때 반장님 시화작품


 <코로나>                                                   김 00      

         

 지난 한 해는 한평생 살면서 듣지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코로나19 질병이 년 초부터 발생하여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어 진심으로 견디기 어려웠던 한 해를 보내게 되었습니다일상생활이 바뀌어 문밖에만 나가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사회적 거기 두기, * 비대면 수업모든 모임이 중단되어 우리 문해교육도 중단했습니다.

코로나야멀리멀리 사라져라우리 선생님과 한자리에서 공부하는 날만 기다려진다.  

               

 ‘코로나 시기에도 글을 참 잘 쓰셨구나!’ 제발 어서 쾌차하세요. 반장님의 다음 글을 찾았다. 이번엔 아프기 시작해 죽 드실 때 해온 숙제다. 소녀가 날개 달고 꽃밭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면이다. 

              

 너는 나비냐사람이냐꽃 속에서 시를 쓰고 있나 보다좋은 시 많이 써서 넓은 세상에 알리거라.”    

  

 내가 쓴 답글엔 이렇게 씌어있었다.

“그렇게 편찮으신데도 숙제하셨군요.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런 훌륭한 정신력으로 평생을 살아오셨으니, 자손들을 잘 키워 내셨을 겁니다. 칭찬드려요.”


이렇게 글도 그림도 열심히 하시던 반장님(86세)이 20여 일째 죽만 드신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어르신학생들 수업하며 더는 내 수업 중에 별일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니 싫다.  

  ‘제발 반장님 대학병원 가서 검사하고 건강 찾으시길 기도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대면 수업이란? 코로나19 때 80대 어르신들이라 컴퓨터와 스마트 폰을 못해 선생이 과제를 만들어 대문에 꽂아놓으면, 학생들이 과제를 해서 대문에 꽂아 놓기로 약속하고,  과제를 가져다 놓고 수거해 가는 방법을 말한다.

코로나19 땨 마을학교 비대면 수업 봉투

-이글은 오마이 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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