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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 엄마 Apr 26. 2023

너를 살려야 한다.

70%의 가능성만 있어도 수술을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차멀미가 심한 너를 태우고 분당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너는 난생처음 타는 기차가 불편한 듯 자리에 앉자마자 헥헥거렸고, 너를 향한 시선들이 이내 불편해졌다. 아기띠를 하고 객실 밖 통로에서 너를 안고 서성이다가 기차가 중간역에 멈출 때마다 내려서 바깥공기를 쐬기를 여러 번, 드디어 광명역에 도착했다.    

 


좁은 진료 대기실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외과 과장님 상담이 시작되었다.

“6개월밖에 못 산답니다. 6개월에서 하루만이라도 더 살 수 있다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나의 말은 애원에 가까웠다.

혈관 침습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불가능했던 수술이었으나 최근 성공사례가 나왔다. 수술 시 고혈압에서 저혈압으로 널뛰기를 반복할 것이며 과다출혈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혈 준비도 필요하다. 혈관을 확장하는 약과 컨디션을 조절하는 약을 2주간 복용 후 수술이 가능하다. 부산에서 찍은 CT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성공확률은 85% 정도다.’

“부산에서는 테이블데스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위험한 수술인 것은 맞지만, 저는 그런 상황을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수술 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수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드디어 숨이 쉬어졌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수술을 결정하고, 부산에서 또 올 수 없으니 수술 전 사전검사를 모두 진행했다. 내과 상담과 함께 처방 약도 받았다.

이제 배도 고파졌다. 너를 살리려면 내가 기운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울면서 늦은 첫 끼를 먹었다.

새벽 5시부터 시작한 여정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는지, 너는 돌아오는 기차에서 자리에 앉자마자 코를 골고 잠이 들었다.

         


수술 후 완쾌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혹여 잘못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나는 하루 두 번 수술 전 약을 먹이는 것에 정성을 다했다. 너의 몸무게가 7.6kg인데 약 량이 너무 적은 것 아닌지 병원에 되묻지 않을 수 없었고, 약은 정량이라는 답변이 왔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수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되었다.

너는 수술 전까지 다이어트도 시작했다.

이렇게 너와 나는 수술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하여 진심을 다했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너와의 시간은 애틋하고 안타까웠다.

너는 너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의 얼굴은 그늘로 가득했고 도통 웃지도 않는다. 

잠든 너를 안아 본다. 눈물이 난다.   

   

‘사랑하는 뽀

엊그제 우리가 가족이 된 것 같은데 어느덧 넌 9살이 되었구나. 아기인 네가 집에 혼자 있는 것이 걱정되어 다른 사람들 모르게 너를 야근하는 사무실에 데려왔었던 일이 있었지. 책상 위에서 낑낑대기만 하던 너는 좁은 의자, 내 엉덩이에 너의 몸을 붙이고서야 잠이 들곤 했었지. 이렇게 우리는 서로 살을 부비며 9년의 세월을 보냈구나.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가장 힘든 것이 네가 내 곁에 없다는 것이었다. 너 없이 잠들 수 없던 밤. 너의 체온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포근함, 너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위로와 평온함이 그리웠다. 네 짧은 생을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 너무 먼 곳까지 와버린 것이 아니라면 나는 너를 살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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