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새벽 5시, 나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커피 한잔과 함께.
창밖은 아직 어둠에 잠겨있고, 세상은 고요하다.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의 것.
노트북을 켜고 잔잔한 음악을 틀고, 3분의 커피머신 작동 시간.
커피는 돌돌돌 갈리고 주르륵 커피물은 내려온다.
그 시간은 잔잔한 흥분을 가져다 준다.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커피가 내려지는 소리가 주방에서 들려온다. 향기가 점점 집안을 채우기 시작한다.
다 내려진 커피를 들고 책상에 앉으려는 그 순간.
아차...
오늘 아침, 그 완벽한 풍경이 깨졌다. 온 책상에 커피를 엎은 것이다.
순간 당황했지만, 오호! 기분 나쁘지 않았다.
여기저기 책에 묻고 바닥에 줄줄줄...
휴지를 가져와 닦으면서도 이상한 생각이 든다.
'커피여서 다행이다.' 라면국물도, 김칫국물도, 오렌지주스도 아니고, 커피여서.
책에 커피 얼룩이 묻고 종이가 울퉁불퉁해졌지만, 갈색 물결이 만든 무늬가 묘하게 아름답다.
온 방안에 커피 냄새가 진동한다. 향긋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약간의 당황스러운 자극이 아침에 신선함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웃음 지었다.
완벽한 아침을 계획했던 나에게 우연이 선물한 작은 일탈.
페이지 사이로 흡수된 커피는 종이를 물들이고 구겨지게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반듯하던 책장들이 이제는 물결치듯 휘어져 있다.
마치 오래된 고서처럼, 시간의 흔적을 담은 듯한 모습으로 다시 내 앞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