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과거로 돌아가서 예전의 일을 바꾸려는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한다. 좋았던 옛날과 힘든 지금의 구도이다. 실제로 지인들도 예전으로, 특히 20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의외로(?) 지금이 좋다.
20대 초중반,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체력이 좋았고 아픈 곳 하나 없던 건강 상태는 그립기는 하다. 소화도 잘 되고 술을 마셔도 회복이 빠르고 입원 한 번 한 적 없던 나의 몸. 지금보다 훨씬 몸무게도 적게 나갔지만 좋은 건지도 몰랐다. 맨날 더 빼야 한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래도 튼튼해서 며칠 잘 자면 아팠던 것도 금방 회복되었다.
하지만 마음은 항상 지금보다 초조하고 불안했다. 이러고 있어도 되나. 뭘 더 해야 하나.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하나. 끝없는 고민으로 속으로는 생각이 많았고 방황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했다. 다들 제때 졸업 못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때에 휴학도 했었다. 겉으로 보기에 티가 안 날 때도 속으로는 마음이 타 들어갔던 적이 많았다.
이런 기억이 아직도 한 번씩 스칠 때면 아직도 마음이 아린 걸 보면 역시나 지금이 더 낫다. 지금도 마음이 항상 평화롭거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 그래도 조금은 기복이 줄어들었다.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다시 돌아가서 내가 아는 삶, 내가 살아온 길을 다시 겪기에는 엄두가 안 나는 것 같다. 물론 좋았던 날도 많았고 항상 함께 했던 가족도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나를 닦달했던 것 같다. 잠도 부족하고 일적으로 서로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환경에 노출된 것도 나를 힘들게 한 것 같다. 어떻게 살지 나름대로는 심각하게 고민하느라 스스로 괴롭혔던 시간도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그때보다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된 지금이 좋다. 예전의 시간들도 힘든 날도 지금의 내가 있게 해 준 날이기에 싫어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시 돌아가기 싫다는 것일 뿐. 이것도 더 나이가 들면 좀 달라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