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웨딩드레스 투어를 할 때는 이름부터 생소했다. 웨딩드레스를 보는데 웬 여행이야.
대학 때 결혼을 준비하던 친한 언니의 드레스 투어를 따라가 본 것이 첫 드레스 투어였다. 샵마다 서너 벌 정도 드레스를 추천받아 입어 볼 수 있는데 사진은 찍으면 안 된다. 그림 그리는 것만 가능했다. 하지만 입다 보면 디자인이 다 비슷해 보여서 기억하기 쉽지가 않다. 그래서 가족, 친구들 또는 웨딩플래너가 같이 가서 어울리는지도 봐주고 드레스도 기억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방식의 웨딩드레스 투어는 거의 10년이 지나 내가 결혼하게 되었을 때도 비슷했다. 웨딩플래너님이나 남편이 직접 스케치하면서 그림을 그려 기억해 주는 방식이다. 업체 공식 인스타 등 인터넷에 이미 사진이 올라온 드레스여도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것이 조금 이해는 안 간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디자인은 유출이 되면 안 되니까 그러니 이해를 하겠지만 말이다.
피팅비도 샵마다 5만 원 정도 발생한다. 드레스를 입기만 해도 돈이 나간다니. 사실 이건 드레스가 절대 혼자 못 입는 옷이라는 걸 몰랐을 때는 불만이긴 했다. 막상 가보니 내가 민망할 만큼 직원들이 고생을 하시는 걸 눈으로 보기 때문에 피팅비가 아깝지는 않았다.
나중에 샵을 하나 지정하고 드레스 최종 셀렉 할 때는 피팅비를 안 내도 된다. 우리나라는 팁 문화가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아마 아직 샵에서 구입할지 안 할지 모를 때 피팅을 도와준 직원분들에게 팁처럼 드리는 개념인 것 같다. 그런 피팅비를 포함해서 금액을 책정하는 것과 직원에게 직접 주는 것은 좀 다르니까 피팅비를 달라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쓰긴 했지만 사실 나도 어떤 게 맞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피팅비뿐 아니라 도와주시는 이모님이 계신데 그때도 현금으로 드리고 촬영 때도 현금으로 준비할 때가 있다. 소비자 1인으로서는 결혼 준비하고 드레스 고르러 다닐 때 여기저기 돈이 나가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 건 사실이다. 당시에 하던 일과 결혼 준비를 병행하려니 업체 도움 없이 나 혼자서는 절대 못하겠다고 느껴서 일단 순응한 것 같다.
물론 드레스 투어를 가면 인생에서 중요한 날 입을 옷을 고르는 거라서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다. 샵에서 제공해 주는 가운조차도 예쁘다. 머리에 꽂는 장식이나 밴드, 귀걸이도 화장대에 거의 공주 놀이 하듯 준비되어 있다. 조금 어색해도 결혼식 당일을 생각하면 열심히 준비하게 된 것 같다.
드레스 자체가 너무 딱딱하고 몸에 딱 맞기도 하고, 구슬이나 여러 가지가 박혀있다 보니 살에 쓸리면 좀 아프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이런 건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직원분들이랑 같이 간 가족들도 이게 잘 어울린다, 이건 안 어울린다 반응을 해주기 때문에 힘을 내게 된다. 나중에 집에 갈 때는 녹초가 된 기억이다.
아무튼 직접 겪어보니 스드메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준비를 안 할 수도 없고, 준비하다 보면 정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머리 아픈 것 같다. 그래도 커플끼리 의견 조율만 잘한다면 나름 즐길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혼 준비하면서 돈도 좀 나가는 게 스드메지만 잘 알아보고 하면 아낄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흔히 말하는 유명 샵, 유명 브랜드에서 모든 걸 하려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발품을 조금 더 팔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인터넷에 정보도 많고 메이크업샵도 개인이 운영하는 괜찮은 샵들도 많으니 이용해도 좋은 것 같다.
어쨌든 행복하려고 하는 결혼인데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든 갈등보다는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
*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