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동안은 자주 접할 수 없는 한식이 너무 귀하게 느껴졌다. 마침 당시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미국에 이민을 온 사람들이 그 문화에 적응을 잘했는지 평가하는 문항을 언급하셨다. 그런데 그 문항 중 하나가 내 마음을 울렸다.
바로 원래 태어난 나라의 음식을 해 먹는지, 완전히 미국식 음식을 먹는지 묻는 문항이 있었던 것이다. 아, 아무리 미국에 오래 산다고 해도 한국 음식을 완전히 놓을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나는 당시 이민을 간 것은 아니었지만 유학생활 이후 취업을 할 생각도 있어 미국 생활이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김치와 쌀을 매번 사다 놓고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날에는 밥을 해 먹었다. 한국식 마트에도 한 번씩은 멀더라도 가서 한국식 반찬을 사 왔다. 찌개는 둘째치고 미국에 오래 살더라도 한국식 쌀과 김치는 버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근처 한국인 아저씨가 하시는 한식당을 발견했었다. 거기에서 파는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한 번씩 큰 마음먹고 다녀왔다. 사실 가격이 꽤나 비쌌기 때문에 마음만큼 자주 갈 수는 없었다. 사진을 보니 그때 뚝배기 그릇을 보기만 해도 벌써 반가움이 물씬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는 한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구하기 어렵고 비싸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사 먹을 때보다 몇 배는 비싸다. 원래 한국에서 순두부찌개는 가성비 있으면서도 따끈하게 후룩후룩 먹는 편안한 음식이었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귀한 요리가 되었다.
뉴욕 한인 타운에 가서 BCD 순두부를 몇 명이 같이 먹었을 때는 한국돈으로 10만 원이 금방 나왔다. BCD는 한국에도 있는 북창동 순두부인데 미국 내에서 꽤 알려져 있는 브랜드이다. 나중에는 BCD 순두부 밀키트를 동네 슈퍼에서 팔기 시작해서 집에서 종종 만들어먹고는 했다.
한편으로 한국인들이 어쩌다 김치와 찌개에 열광하게 된 건지도 궁금해졌다. 외국인 친구가 물어본 적도 있는데 바로 답하지는 못했다. 이유는 몰라도 찌개와 김치 없이는 서글퍼지는 한국인이 바로 나였다. 구하기 어려워도 어떻게든 한 번은 찾아가는 맛, 잃을 수 없는 고향의 맛인 것을 어쩌겠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