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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Apr 22. 2024

아침은 꼭 먹는 미국 유학생의 아침 식사

원래 나는 어릴 때부터 아침은 잘 챙겨 먹었다. 아침과 점심은 잘 먹는 것, 저녁은 적게 먹더라도 어쨌든 아침은 거르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하루 중 아침에 일어났을 때가 제일 배가 고팠다. 아침을 거르면 허기지는 게 제일 심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밤에는 포만감이 있어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야식도 거의 안 먹어봤었다.


부모님도 바쁜 아침이라 그랬는지 내가 어릴 때 우리 가족은 아침을 빵이나 우유를 탄 시리얼로 간단하게 챙겨 먹곤 했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공부하라고 배려해 주신 건지 중고등학교 때부터는 점점 아침은 쌀밥과 반찬을 챙겨주셨었다.


어쨌든 이런 나였기에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지내는 동안에도 아침은 집에서 챙겨 먹고 나가려고 노력했다. 우선 한국과 비슷하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시리얼이었다. 원래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플 때가 많은데 마트에 두유와 오트밀크, 아몬드유를 다양하게 팔아서 좋았다. 그리고 종종 빵과 소시지를 사 와서 소시지빵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여유가 나면 계란프라이를 해 먹기도 하고 주스를 곁들이기도 했다.


푸짐하게 만들었던 어느날 아침


그러다가 시리얼은 질리기도 하고 식사하는 느낌은 나지 않았다. 다른 메뉴를 고민하다가 마트에서 파는 것들을 하나씩 사 와서 시도해 보았다. 한동안 꽂혔던 것은 꾸덕꾸덕한 떠먹는 요거트와 와플이다.



미국 마트에 가면 한국보다 유난히 크기가 큰 음식들을 보게 되는데 요거트도 그랬다. 상당히 커다란 통에 팔았기에 한 번 사 오면 매일 먹어도 거의 한 달 가까이 먹게 된 것 같다. 와플은 여러 마트에서 냉동식품으로 팔았는데 오븐에 잘 구우면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되어 주었다. 어느 날 발견한 메이플 시럽을 사 와서 같이 곁들여 주니 맛있었다.



주말이나 아침 시간이 여유로운 날에는 근처 카페에서 사 온 커피도 곁들였다. 터키 출신 아저씨가 하는 카페였는지 터키식 과자도 팔았다. 이 집 라테를 한 번 사 오면 하루 종일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많았다. 진하고 맛있기도 했지만 푸짐한(?) 양 때문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곳이다. 빨대도 그때는 아직 종이 빨대가 유행이 아니었는데 종이 빨대를 주셨다. 그리고 따로 사이즈 고르는 옵션이 없었음에도 양껏 주셨기에 지금도 종종 그 카페가 기억이 난다.


어찌 보면 대단한 요리를 한 것도 아니고 전부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낯선 곳에서 독립했던 상황이고 마트를 다녀오는 것도, 오븐을 사용하는 것도 다 낯설었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의 출근 시간이 생각보다 빨라서 당시에 7시 반, 8시까지 내가 다니는 대학원 건물에 도착해야 했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에서 먹는 아침보다 제대로 해 먹고 다녔던 것이 새삼 신기하다. 아마 아침마다 오늘도 힘내자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만들어 먹던 아침 식사 시간이 소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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