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이 심했던 것을 늦게야 발견해서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이다. 수술 후 보통 처방받는 약인 비잔정을 나도 복용 중이다. 자궁내막이 두꺼워지지 않도록 유지시켜 주고 물혹도 작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 약이다. 단, 호르몬 약이다 보니 부작용이 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이 어디 있겠냐마는 역시나 내가 겪게 되니 크게 와닿는 증상들이다.
가장 큰 것은 갱년기 증상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얼굴 홍조, 열나는 듯한 증상, 짜증, 불면증 등. 다행히 요즘 피곤해서인지 잠은 잘 자는 편이다. 하지만 목 뒤에서 ‘열불‘이 나는 듯한 느낌이 자꾸 난다. 원래 날씨에 비해 추위를 많이 타던 나였는데 자다가도 땀이 흥건한 채로 깨고는 한다. 밖에서도 조금만 걸어도 또 목 뒤와 등에 열이 올라 머리를 묶어야 하고, 얼굴도 뜨거운 느낌이 난다. 자꾸 여드름처럼 나기도 하고 얼굴이 자주 빨개져 있다. 그 외에 부정출혈이 흔하다고 하는데 느낌상 한 달 내내 생리를 하는 듯한 느낌, 계속 소량의 하혈을 하는 듯한, 그런 이상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처음에는 약 부작용이라고 생각을 잘 못했다. 사실 초반에는 증상이 별로 없길래 약을 먹어도 괜찮구나, 생리통이 줄어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점점 나타난 증상들! 목 뒤에서 열이 난다고 엄마 앞에서 이야기했다가 ’ 젊은 애가 갱년기도 아니고 왜 그러니 ‘ 했는데. 그 말속에 정답이 있었다. 병원에서 약 복용 중에는 갱년기 증상이 있어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엄마와 이모가 힘들어했던, 아니 아직도 힘들어하는 증상들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아. 여자의 중년에는 왜 시련이 마련되어 있는 걸까. 갱년기란 이렇게 힘든 거구나! 엄마와 조금 더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엄마가 그동안 말했던 증상들을 같이 이야기해 보았다. 엄마가 겪은 증상은 실제 갱년기 증상이다 보니 나와 비슷하면서도 더 심한 것 같았다. 참.. 그래서 힘들어하셨구나. 나는 내가 아파보고 이제야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는 철없는 딸이다.
힘들어서 약을 끊으면 안 될까 고민도 하고 병원 진료를 볼 때 물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약의 좋은 효과가 분명하고 내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에 결국 순응하고 매일 복용하고 있다. 병원에 갔을 때 물어보니 보통 몇 년씩 먹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도 초음파 결과 수술 후 회복은 잘 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하긴 처음에는 수술을 받고 회복할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런 부작용을 줄여주는 더 좋은 약이 나오기를 바라게 된다. 너무 불평하지 않고 당분간 이 증상들과 함께 살아가기로 매일 결심한다. 우선 열이 자꾸 뻗치더라도, 더운 여름을 잘 나봐야겠다.
7월에 썼던 글인데, 드디어 저번주 정도부터 날이 선선해지고 있다. 올해는 참 여름이 길기도 길었다.
여름 동안에 뒷목이 화끈거리고 몸 전체적으로 더운 증상은 계속되어서 머리를 열심히 묶고 다녔다.
그러면서 엄마와 갱년기 증상에 대해 대화도 많이 나누게 되었다.
엄마는 이미 겪어본 증상도 많았다.
이제는 날이 선선해서 덜 힘들다.
6개월가량 약을 꾸준히 잘 먹고 있는 것에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