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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Oct 04. 2024

인생 첫 수술을 마치고

인생 첫 수술은 꽤 순조로웠다. 동시에 모든 것이 막연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처음에 그냥 한 번 검사를 하러 간 동네 병원에서 뭔가 이상하니 큰 병원을 꼭 가라고 했던 날은 얼마나 놀랐던지. 여러 안 좋은 가능성을 다 설명해주다 보니 마음이 참 착잡했다.


수술날 마취를 하던 순간도 떠오른다. 생각처럼 바로 잠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마취용 마스크를 의사 선생님이 한 번 더 꾹 누른 것이 생각난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는 소리와 입에 마취 마스크를 누르는 압력을 느끼며 어느 순간 기억이 없어졌다. 사람 몸은 얼마나 연약한지!


체감상으로는 잠깐의 시간이 지났는데, 다시 눈을 뜨니 배에 엄청난 통증과 함께 침대에 실려 병실로 다시 가고 있었다. 전신마취는 몸에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술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의사 파업 이야기가 나오던 초창기여서 불안했던 기억도 나고 가족들도 휴가를 쓰거나 시간을 빼서 병원에 와준 기억도 난다. 한편으로는 긴 시간이 지난 것이 아님에도 내가 겪은 일이 맞나 싶게 벌써 아득한 기억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다행히 몇 달 지난 지금 수술 결과는 좋다. 예전에 심했던 통증이나 여러 증상들을 피로나 스트레스 등 다른 이유로 생각하고 넘겼는데 수술 후 좋아진 것을 보니 다 연관되어 있었나 보다.


이번 기회로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겼다. 나는 자궁내막증과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다 있었다고 한다. 자궁내막증이 진행하면서 장기 유착이 심한 상태였다고 한다. 자궁내막증이 심하면 자궁이 장 등 다른 장기와 붙을 수 있다고 한다. 어렴풋이 알던 지식이었지만 내 일이 되니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수술 후 의사 선생님이 보여준 사진도 징그럽기도 하고 놀라웠다. 내 배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건지. 이런 표현도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자기 마음대로 그런 일을 벌이고(?) 있던 내 자궁과 난소가 얄밉기도 했다.


그 후로는 매일 상태가 심해지지 않도록 예방해 주는 약도 챙겨 먹게 되었다. 매일 오전 같은 시간에 먹어야 한다. 그래서 평일이든 주말이든 가리지 않고 약 먹는 알람소리에 일어나거나 미리 일어나서 알람 소리를 기다리는 것이 새로운 아침 루틴이 되었다.


예전에 병원에서 일할 때는 환자분들에게 매일 약 먹는 것의 중요성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역시나 내가 먹게 되니 꽤 귀찮을 때가 많다. 그리고 가끔 괜히 서럽다. 그래도 알람을 잘 듣고 꾸준히 약먹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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