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Oct 02. 2024

생리통은 원래 아픈 줄 알았다

나는 초경이 빠른 편이었다.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 제일 친했던 친구에게 말을 한 것 같다. 그런데 1명에게 말했건만 생리가 뭔지도 잘 모르는 초등학생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다 퍼졌다. 다들 어려서 그랬겠지만 자꾸 놀리거나 언급되는 것이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 아마 나도 생리를 한다는 것을 괜히 부끄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미숙해서 가끔 옷에 묻는 것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졌던 기억도 난다.


처음부터 생리통이 있긴 했다. 그때도 심하게 아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중학교 이후로는 생리통이 항상 심했고 점점 심하게 아팠다. 식은땀이 나서 양호실에 가기 일쑤였다. 중고등학교 때는 아직 성장기라 호르몬 불균형 때문일 수 있고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대학에 가서도 그 이후에도 계속 아팠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검사를 하러 산부인과에 들렀다. 생리통이 심하면 여러 질환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래 그런 줄 알았다. 사실 검사를 통해 확인을 하기가 무서운 마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겁을 낸다고 될 일이 아닌데 말이다. 빨리 확인 후 필요하면 치료를 하면 되었을 텐데, 산부인과를 혼자 가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 결국 결혼 후 몇 년 지나서야 제대로 검사를 받아보았는데 자궁내막증이 심하다고 했다.


망설이는 사이 자궁내막증이 몸속에서 계속 진행하면서 다른 장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여러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물혹과 근종이 있어 수술도 하게 되었다.


수술 후 비잔 정이라는 약을 처방받았다. 몸을 갱년기와 비슷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약이라 부작용은 조금 있지만 물혹이 커지지 않게 막아준다고 했다. 들었던 대로 부정출혈이 있었고 생리는 거의 안 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심했던 생리통은 없어졌다. 매달 생리 기간이면 몇 시간에 한 번씩 진통제를 여러 알 먹지 않고는 참지 못했었다. 약의 다른 부작용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늦게라도 내 상태를 발견하고 치료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수술 후 회복을 하면서 약을 계속 복용하며 관리하고 있다. 아직은 부인과 질환에 대해 사람들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크게 느끼게 되었다. 여러모로 젊은 여자 혼자 산부인과에 가는 것은 부담되는 일이다. 내가 결혼 전에라도 미리 산부인과를 가볼 걸 싶다고 하니 "처녀 혼자 산부인과를 어떻게 가"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전부터 의심되는 증상이 있었으니 혼자라도 산부인과에 가서 주기적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주위에 내 안부를 묻는 여자 지인들에게는 산부인과 가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많이 이야기하고 다니고 있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럽거나 많이 아파 이상하게 생각되는 증상이 있으면 산부인과 검사를 받으라고 말이다. 우리가 아프면 여러 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다. 마찬가지로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받거나 진료를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 오마이뉴스 기사로도 실린 글입니다.

https://omn.kr/2adof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