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성장, 워라밸... 당신이 중시하는 가치는? -by 도푸지
커리어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만 1년이 넘었습니다. 일단 재밌으면 돼! 하고 뛰어들었던 시작과는 달리, 조금씩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제 가치관도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커리어를 선택하고 쌓아가는 과정 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러 가치들에 관해 썼습니다.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요한 기준
재미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
사실 일하는 건 이리 보나 저리 보나 고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월요일이면 '아... 출근하기 싫다'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죠. 노는 게 본성인 인간인지라 내가 좋아하는 게 '일'이 되는 순간 힘들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재미라도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재미가 있어야 일하는 고통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일하는 순간 재미있다면 매 순간 그 고통을 잊고 그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또 일의 재미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지속성 때문입니다. 목적 지향적이고, 꽤나 도파민 중독인 (!) 제 성격을 잘 알기에, 더더욱 일이 재미있어야 일을 꾸준히 해낼 수 있는데요. 사실 채용 운영 업무는 물론 중요하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일은 아닙니다. 반복적인 일도 많고, 정해진 프로세스와 규칙 안에서 안정적이고 실수 없이 해내는 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저는 채용 운영성 업무 안에서도 후보자 경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해내려고 하고, 운영성 업무 외에도 제가 할 수 있는 기획성 업무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면접자에게 더 친절하게 면접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인터뷰데이 레터를 만든다거나, 더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현업 구성원들에게 넛지를 주는 구성원향 채용 콘텐츠를 발행하는 일들처럼 말이죠. 이러한 제 행동도 결국 일의 '재미'를 찾으려는 저의 노력이자, 꾸준히 채용 업무를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재미를 찾아 직접 기획하고, 주도하는 일들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도 생각합니다.
성장 지향적인 나를 잘 알고 있습니다
커리어 빌딩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번째 가치는 바로 '성장'입니다. 사실 주라기를 하는 것도 제 자신의 커리어 성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만큼 저는 꽤나 성취 지향적이고, 성장에 목마른 사람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오만한 생각이지만, 예전에 저는 직장인이 되어 있을 줄 몰랐습니다. 직장인은 왠지 '특별함이 없다'라고 생각했거든요. 예전의 제가 갖고 싶었던 직업들은 PD, 변호사, 패션디자이너, 동화작가 등이었는데요. 이 직업들을 우리는 직장인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직업 이름 그 자체로 부르고 있으니 (사실 PD도, 회사에 소속 변호사도 큰 카테고리상 직장인인데도 말이죠), 왠지 더 특별해 보였습니다. 반면 직장인은 인사담당자, 회계 담당자, 해외영업 담당자...라고 특정하기보다는 '직장인' 혹은 '회사원'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통칭되는 경우가 많으니, 조금은 재미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져 직장인으로서도 충분히 많이 성장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최종적인 골은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이 되는 게 중요하니까요. 다만 어렸을 적 회사원 혹은 일반 '직장인'이 아닌 다른 직업을 꿈꿨던 이유는, 커리어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나를 계속해서 넓혀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걸 생각했을 때 제가 얼마나 성장 지향적인 사람인지 감이 오시나요? 이런 저를 잘 알고 있기에 제가 커리어를 선택함에 있어서 '성장할 수 있는지 여부'는 꽤나 중요한 가치입니다.
노동의 대가 그 이상의 의미, 돈
사실 커리어 시작점의 제 생각과, 지금의 제 생각이 가장 많이 달라진 게 바로 '돈'에 관한 가치관입니다. PD를 꿈꿨을 시절, 재미가 있다면,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의 의미가 있다면 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PD는 큰돈을 바라고 하는 직업도 아니고, 일한 만큼 완전히 비례해서 돈을 버는 직업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지금, 일한 것에 적절한 보상이 따라주는 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돈은 노동의 대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지금 재미있는 일이라도 적절한 보상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저는 과연 그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솔직한 마음으로,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일한 만큼 돈을 받아야지!라는 마음보다는, 돈은 제가 추구하는 가치(재미, 성장 등)를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죠. 만약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너무 적은 보상이 주어진다면, 저는 생활하기조차도 빠듯할 것입니다. 그런 경우 제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이유는 생활 유지 그 이상을 꿈꾸기 어려웠을 겁니다. 당장 생활하기도 빠듯한데 커리어 성장, 재미 등을 어떻게 추구할 수 있을까요. 반면 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따라준다면, 그래서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면 제가 중시하는 가치들에 대해서 고민할 기회와 시간이 생깁니다. 즉, 돈은 일에 대한 보상 그 이상의 의미로써, 내가 사랑하는 일과 가치를 계속 추구할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셈입니다.
우리 회사는 내가 중시하는 가치를 얼마나 충족해주고 있을까?
일하는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료들
내가 중시하는 커리어 가치를 우리 회사는 얼마나 충족해주고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재미 부분에서는 정말 많이 충족되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일 자체가 재미있고, 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재미의 이유 중 하나겠지만, 무엇보다 일이 재밌을 수 있는 것은 동료들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제가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고민 포인트를 던져주고, 작은 일이라도 진심을 다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동료들이 주위에 많거든요. 덕분에 하나의 일을 할 때 저도 모르게 더 몰입하게 되고, 주위의 관심과 애정을 받으니 더 힘을 내어 일하게 되더군요. 이렇게 제가 더 몰입해서 재밌는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동료가 있어 재미 가치는 충분히 현 회사에서 충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담지 못했던 가치들
사실 저는 재미와 성장, 돈을 제가 중요시하는 가치로 꼽았지만, 다른 가치들도 매우 중요합니다. 워라밸, 인간관계, 의미 등등 사실 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워라밸과 인간관계는 생각해 보면 현 회사에서 걱정 없이 충족되고 있기에, 그 소중함에 무뎌져 현시점에서 중요한 가치로 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커리어에서 중시하는 가치는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다시금 곱씹어보면 의미 가치 또한 저는 굉장히 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현재 제가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부분임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PD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제가 만든 콘텐츠가 변화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직접적으로 내가 세상을 개혁하진 못하더라도, 제 콘텐츠로 하여금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리길 바랐거든요.
다만 전 한 회사에서 커리어에서 고려할법한 모든 가치를 충족할 수 없음을 인정합니다. 모든 부분 회사에서 충족하고 있다면 그것은 유토피아, 혹은 이데아겠죠. 그러나 현실에서 그 어느 곳도 완벽한 유토피아가 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저 나름대로 '주라기'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취준생 혹은 비슷한 또래의 주니어 직장인들에게 팁과 공감을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나중에 내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요.
커리어에서 인간관계, 성장, 재미, 의미, 워라밸... 등등 모든 가치를 만족하는 하나의 직장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가치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고민하고 선택하는 건 제 몫이라고 생각하며, 부단히 노력해야겠습니다.
- Editor_도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