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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Nov 25. 2023

행복하게 먹으면 된다




행복하게 먹으면 된다          



사람이 행복하기를 원하면서 음식의 맛이나 건강 여부는 따지지만 먹는 것 자체의 행복은 소홀히 생각한다.

우리가 80년을 산다고 가정하고 하루에 2끼만 먹는다고 해도 평생 먹는 끼니의 수가 6만 끼에 이른다.

평생에 6만 끼라는 식사를 먹는 시간 동안 만족함과 행복함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인생이 행복하기는 힘들 것이다.

먹을 때 행복한 것은 맨 밥에 계란 프라이 하나와 간장 한술로 비벼 먹어도 만족할 수도 있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비싼 음식을 먹다가도 같이 먹는 사람이 불편하면 체할 수도 있다. 

혼자 식사를 하든,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하든 그 시간이 즐겁고 만족스러운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전에 처형의 생일을 맞아 처가식구들과 함께 숯불구이 갈비를 먹었다.

직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그래도 갈비의 제맛은 숯불구이다.

고기를 태우면 발암 물질이 된다고 하니 겉만 적당히 구워지면 얼른얼른 먹으면 된다.

장모님도 아내도 암 수술을 하고 잘 이겨냈지만 특별히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갈비를 먹으며 차가운 냉면을 먹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평소에 냉면 잘 안 먹어도 갈비 먹을 땐 냉면 궁합이다.

사실 소갈비는 비싸서 직접 사 먹는 일은 거의 없지만  장인어른 찬스에 마음도 배도 든든했다.          



장인어른과 처가 식구는 식도락 집안이다.

장인장모님을 처음 뵙던 날 인생에 샥스핀이라는 중국 요리는 처음 먹어봤다.

우리 집에서는 탕수육에 양장피 정도였지 상어 지느러미 숲인 샥스핀을 하는 호텔 중국집을 가본 적도 없다.

처형은 프랑스 최고 요리학교 출신 요리 전문가로 가끔 처가식구 모임에서 프랑스식 스테이크와 달팽이 요리 등으로 만찬을 준비한다.

이제 내년이면 결혼 30주년인데 아직 장인 장모님이 멀리는 아니어도 함께 다니며 가족 식사도 함께 할 만큼 건강하시니 너무도 감사하다.          



사실 어떤 음식이든 함께 기분이 좋은 사람들과 서로 맛을 음미하며 먹는 것이 제맛이다.

고기를 좋아해 가끔 집에서 고기를 혼자 구워 먹은 적은 있지만, 식당에 가서 혼자 구워 먹은 적은 없다.

음식이나 재료에 대한 정보를 꾀고 ‘이렇게 가려 먹어야 한다.’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살면서 언제라도 생일이나 명절 등에 함께 즐겁게 음식을 나눌 가족과 친구가 있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다.



같이 먹을 사람이 있지만 혼자를 즐기기 위한 것과, 같이 먹을 사람이 없는 건 완전히 다르다.          

정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음식 가리고 따지기 전에 마음 맞는 사람과 행복하게 먹으면 된다.

아내와 라면 사리 들어간 즉석 떡볶이를 먹고도 행복했고, 처가 식구들과 직화구이 갈비를 먹어도 행복하다.

얼마 전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어 김밥을 사다 먹으려다 김밥집이 문을 닫아 냉면 집에서 찐만두 사다가 몇 개 먹어도 행복하다.          



가끔 집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을 때도 파, 만두 등 별도의 재료를 넣고 진심을 다해 즐기며 먹는다.

‘짜파게티’와 같은 것을 해 먹을 때는 참치나 고기 등을 넣고 짜장 소스를 별도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평소에 아내가 건강에 안 좋다고 못 먹게 하던 재료로 요리를 해서 먹으며 내심 뿌듯해하기도 한다.

처량하게 혼자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요리를 하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마음 맞는 사람과 먹는 음식이고, 그 시간들이 내 삶에 채워질 때 더 건강해진다. 

건강하고 행복하려면 행복하게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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