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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May 24. 2023

나는 마음에 디톡스를 했다

28년 만에 다시 7번 국도 여행





28년 만이다.

신혼 초 아내와 추석 연휴에 7번 국도를 따라 동해안 여행을 했었다.

꼭 다시 해고 싶은 여행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여러 나라를 다니기도 하면서 그럴 기회는 계속 미뤄졌다.

다시 한번 했으면 생각했던 7번 국도 여행을 28년 만에 다시 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해독여행이다.

해변길을 걸으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의 몸과 마음에 독소를 빼내는 시간이다.

특히 아내는 암수술 이후 표적 항암치료까지 모든 항암치료를 받으며 무엇보다 몸 안에 독소들과 그 과정을 겪으며 마음에 남아 있을 독소도 배출해야 한다.



누구나 살다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건 이렇게 할걸.', '저건 저렇게 할걸.'

또 모르는 사람과는 기대할 일도 속상할 일도 없다. 그러나 결국 기대하게 되고 더 서로에게 잘하고 싶었던 사람과의 관계에 아쉬움이 마음에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독소가 된다.

사실 상대방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가 그 말에, 그 행동에 그렇게 해석하는 내 마음 해석 프로세스가 문제 아닌가?

그래서 시야가 뿌여면 안경을 닦듯이 그렇게 상대를 바라보고 문제를 바라보는 마음에 시야를 새롭게 하는 것이 마음에 디톡스가 아닐까?



요즘 건강을 위해 '디톡스'를 많이 한다.

디톡스는 ‘제거하다’라는 의미의 ‘de’와 ‘독’이란 의미의 ‘tox’를 합쳐 만든 합성어로 독을 제거하는, 즉, ‘해독’의 뜻을 지닌다.

디톡스는 대부분 몸에 쌓인 독소를 빼낸다는 의미로 보통은 해독주스를 마시며 디톡스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디톡스는 마음에 디톡스다.

살면서 몸에 이런저런 독소가 쌓여 염증이나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마음에도 화나 혼란스러운 마음과 낙심으로 인해 마음에 독소가 쌓이면 몸에 쌓이는 독소 이상으로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따금 우리 마음에도 디톡스가 필요하다.



몸에 독소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어떻게든 독소를 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마음에 독소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음에 디톡스는 몸에 디톡스 이상으로 필요하고 중요하다.



물론 바다를 보고 해변길을 걷는다고 마음에 해독이 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각자에게는 나름대로 어떤 것을 통해 마음이 이전 일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것이 있다.

만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면 내 마음에 쌓인 마음의 디톡스를 할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나는 마음에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 때 하늘을 바라본다.

누가 뭐라든 나를 위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선보이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에 얽혀있던 실타래와 같은 마음이 하늘을 향해 풀려 나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에 아내와 28년 만에 결혼기념일을 맞아 7번 국도 여행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생에 특별한 선물 같은 시간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물감으로 표현이 불가능한 바다와 하늘, 그리고 바로 내가 본 순간이 전부인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

이 시간이, 이 황홀한 모습의 풍경이 나에게 선물이다.

또 인생 자체가 내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너무도 귀한 선물이 아닌가?

우리 인생은 몸이든 마음이든 독을 품고 살기엔 너무 소중하고 짧다.

사람들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고, 나에게 허락된 이 시간을 귀한 선물로 여기며, 내가 나를 더 사랑할 때  마음에 디톡스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오늘 나는 마음에 디톡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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