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과가 아닌 성장을 추구할 때 불안을 이기게 되는가

by 동그라미 원



왜 성과가 아닌 성장을 추구할 때 불안을 이기게 되는가



우리는 평생 스스로 심판하며 살아간다. “나는 지금 충분히 해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집요하게 우리를 따라다니고, 그 대답은 대개 연봉의 앞자리, 명함에 적힌 직함, 혹은 거주하는 아파트의 평수 같은 숫자로 귀결되곤 한다. 지신이 이룬 성과를 기반으로 자기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면 결국 불안에 취약해진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늘 마음 한편에 불안이 있었다. “시험 잘 못 보면 어떻게 하지?”,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 성적이나 성취가 곧 내 존재의 가격표가 될 때, 우리 삶은 매일이 시험을 앞둔 학생과 같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겪는 만성적 불안의 실체, '성적이나 성과 기반의 자존감'이 치르는 대가다.



하지만 시선을 '결과'라는 모래성에서 '과정'이라는 단단한 지반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내가 무엇을 얻었느냐가 아니라, 무너지는 순간에도 내가 무엇을 배우며 단단해지고 있느냐에 나는 아직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피우고 있는 과정이 된다. 성공이라는 조건부 가치에 목을 매는 한, 우리는 평생 평온할 수 없다. 시장의 변동이나 타인의 평가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내 가치가 폭락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마음의 자유는 "성공했기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있기에 가치 있다"는 관점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성과라는 모래성이 무너진 자리에서 오히려 부서지지 않는 내면의 반석을 발견한 이들이 있다.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K. 롤링은 세계적인 부와 명성을 얻기 전, 스스로를 '가장 처절한 실패자'라고 불렀다. 이혼과 빈곤, 우울증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그녀의 가치는 사회적 시선으로 볼 때 바닥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녀는 훗날 고백한다. "실패는 내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벗겨버렸습니다. 그 바닥은 내 인생을 다시 세울 가장 단단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실패가 그녀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패해도 죽지 않으며 여전히 나에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불안의 사슬에서 풀어준 것이다.



우리가 흔히 ‘발명왕’이라 부르는 토머스 에디슨의 삶은 화려한 성공의 기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전기를 깊이 들여다보면, 그를 지탱한 진짜 힘은 ‘성공의 횟수’가 아니라 ‘실패를 해석하는 비범한 태도’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던 시절, 조수가 "왜 이렇게 성과 없이 실패만 거듭하느냐"라고 묻자 에디슨은 유명한 대답을 남긴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단지 전구가 작동하지 않는 1만 가지의 원리를 알아냈을 뿐이다.”

그는 ‘결과’라는 좁은 창문으로 자신을 보지 않았다. 대신 ‘발견’이라는 넓은 지평 위에 서 있었다. 만약 그가 ‘성공해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성과 지향적 불안에 갇혀 있었다면, 수백 번의 실패 지점에서 이미 자존감이 산산조각 나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실패를 ‘내가 더 단단해지고 똑똑해지는 과정’으로 정의했기에, 불안 대신 호기심을 동력 삼아 전진할 수 있었다.



나심 탈레브가 주창한 '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충격을 받을수록 오히려 더 강해지는 성질을 말한다. 이 성질의 핵심은 불확실성과 혼란을 피하기보다, 이를 활용해 배우고 적응하며 성장하는 자세다.

성과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작은 충격에도 산산조각 나는 '유리'와 같지만, 성장에 가치를 두는 사람은 부딪힐수록 더 높이 튀어 오르는 '고무공'이 된다.

불안이 우리에게 "실패하면 끝장이야"라고 속삭일 때, 우리는 "아니, 이 실패는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일 뿐이야. 나는 지금 어제보다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있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잠시 불안할 수는 있어도 늘 불안에 사로잡혀 살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실패할 때 낙심하고, 수치스러워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에 위축되곤 했다. 그런 생각에 빠지면 결국 점점 자존감이 낮아지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 ”이번 일을 통해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를 더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실패와 실수를 '오답'이 아니라 '인생의 수업료'로 여기기 시작할 때, 우리의 내적 가치는 외부 시장의 시세에 휘둘리지 않는 안전자산이 된다. 우리 인생의 진정한 목표는 완벽한 승리가 아니라, 어떤 비바람에도 '나 자신으로 당당히 살아남는 법'을 익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가치가 낮아진 것이 아니다. 당신이 지금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배우는 '고난도의 구간'을 지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완성된 마네킹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로운 필치로 깊이를 더해가는 위대한 예술작품이다. 오늘 우리가 겪은 실수가 우리의 빛을 가리지 못한다. 오히려 그 실수를 대면하고, 부끄러움을 견디며, 다시금 신발 끈을 묶는 뒷모습이야말로 그 어떤 성공 신화보다 값진 훈장이다.



성과나 성적으로 나를 평가하면 결국 그것은 언젠가 허물어질 모래성이 된다. 하지만 어떤 실패도 새롭게 배우고 성장할 기회로 여기면 그 사람은 이미 결코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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