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직이 불안의 파도에 방파제가 되는가
최근 외국에 지진이 일어난 어느 도시에 많은 건물이 무너졌는데 주변 대부분 건물이 무너진 곳에서 한 건물만 멀쩡했다. 겉은 화려하고 그럴싸하지만 대부분 규정대로 짓지 않은 건물은 모두 무너졌는데, 모든 규정을 그대로 지킨 건물은 지진을 견뎠다.
인생이라는 집을 지을 때, 가장 유혹적인 자재는 '거짓'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높은 층을 올릴 수 있고, 당장 보기에는 화려한 대리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짓으로 쌓아 올린 성벽은 견고해 보일지언정, 그 안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단 한순간의 평안도 허락하지 않는다.
거짓의 가장 무서운 속성은 '자기 증식'이다. 한 번의 학력 위조나 실적 부풀리기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그 위조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 서류가 필요하고, 그 서류의 모순을 감추기 위해 경쟁자를 음해하거나 주변 사람을 속이는 더 큰 거짓말을 보태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결국은 몰락하는 빌런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결국, 처음에는 작은 바늘 하나 숨기려던 것이 나중에는 커다란 가마니를 동원해도 모자란 상황에 이른다. 이때 느끼는 불안은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아마도 그 심정은 자신의 그림자조차 나를 고발할 것 같아, 빛을 피해 평생을 숨 가쁘게 달아나는 도망자의 마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포장하거나 스펙을 조작해 소위 '성공'의 궤도에 오른 이들이 종종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끝은 대개 비슷하다.
그들은 누군가 내 과거를 캐묻지 않을까 하는 만성적인 불안에 시달린다. 또한 '가짜 나'가 박수를 받을수록 '진짜 나'는 초라해지고 소외되는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사소한 질문 하나, 예상치 못한 확인 절차 하나에 그동안 쌓아온 모든 명성과 관계가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휩쓸려 내려가기도 한다.
몰라서 저지른 실수라면 반성하고 고치면 그만이지만, 의도된 거짓은 영혼에 지울 수 없는 문신을 남긴다. 그 문신은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거울 앞의 자신은 결코 피할 수 없는 불안의 낙인이 된다.
반면, 정직한 사람은 투박한 길을 걷는다. 때로는 고지식하다는 오해를 받고, 눈앞의 이익을 놓치기도 한다. 그러나 정직한 사람의 내면에는 '일관성'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그런 사람은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해 낼 필요가 없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가운데 자신이 과거에 한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정직한 사람은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를 배신할까 봐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외부의 위기(경제적 난관, 타인의 비난)가 닥칠 때 느끼는 '직감적 불안'은 있을지언정, 스스로를 속이는 데서 오는 '내재적 불안'은 그를 괴롭히지 못한다.
결국 불안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삶의 첫 단추를 정직으로 채우는 것이다. 정직은 단순히 도덕적인 선택이 아니라, 나 자신의 평온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명한 생존 전략이다.
거짓의 화려한 성채에서 매일 밤 잠 못 이루는 것보다, 정직의 비좁은 단칸방에서 추위를 견디는 것이 훨씬 더 평안한 삶이다. 진실 앞에 떳떳할 때, 비로소 우리는 외부의 파도에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최근에 유튜브에 유명 인플루언서가 마스크를 벗거나 얼굴 보정이 꺼지면서 일순간에 추락한 예를 보았다.
오늘날 세상은 우리에게 왜곡되고 포장된 가면을 쓰도록 유혹한다. 하지만 내면에 실력이나 능력이 단단히 준비되지 못한 채 그렇게 외적으로 자신을 포장하기 시작하면 결국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거짓의 모래성을 쌓게 되고, 결국 허무하게 무너지게 될 것이다.
살다 보면 수도 없이 파도가 넘실거린다. 하지만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내면에 웬만한 파도도 끄덕 없이 견디는 방파제를 가지고 사는 것이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혹은 남들이 추구하는 외형적 성공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매사에 정직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 사람은 거짓으로 인생을 쌓아가는 사람이 결코 누리지 못하는 안정과 만족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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