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여기는 한국인이 약 20명 정도 일을 하고 있다. 대부분은 아직 현지 음식에 익숙하지 않다. 가끔은 외국인들이 붉닭볶음면을 먹듯이 도전정신으로 먹어보기도 한다. 아무래도 한국과는 다른 위생 기준, 그리고 강한 향신료나 양념 등이 사람들로 하여금 거리감을 갖게 한다. 그래서 내가 "하루 세끼 대부분 로컬음식으로 먹어요"라고 말을 하면 사람들이 가끔 놀라기도 한다.
예전에 라오스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시절이었다. 봉사단원은 직무 특성상 현지인들과 섞여서 일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식습관이나 문화에 젖어들게 된다. 라오스는 아직도 손으로 밥을 먹는 문화가 남아 있다.(수도권이나 대도시는 많이 바뀜) 처음에는 그 모습을 보고 다소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기존의 학교체계에서 교육을 받았던 나로서는, 문명이 발전하면 당연히 [손에서 먹는 것 → 숟가락 포크 등으로 먹는 것]으로 바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편견은 곧 없어졌다.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나도 현지인들과 함께 손으로 밥을 먹고, 때로는 그들보다 더 현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태국에서 일을 할 때에도 현지 친구와 함께 시장에서 반찬을 사고, 거리의 작은 식당에서 쌀국수나 볶음밥 등을 먹었다. 주말에는 자전거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로컬 마을에 가서 1천 원짜리 아침밥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런 나의 식습관을 아는 지인들은 종종 이렇게 말을 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다녀"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 도대체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가? 만약 ‘좋은 음식’이라는 말이 영양학적 가치를 뜻하는 것이라면, 10만 원짜리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보다 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닭가슴살이 더 좋은 음식일 것이다. 불필요한 양념이나 기름 없이, 단백질과 영양만 놓고 보자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음식’에 맛과 분위기, 경험까지 포함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잘 꾸며진 레스토랑에서 정갈하게 차려진 스테이크가 좋은 음식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음식’은 보통 이렇다. 너무 싸지 않고, 적당한 가격에, 깔끔하고 쾌적한 실내에서, 이왕이면 고기나 많은 음식. 만약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음식은 ‘험한 것’이 되거나 ‘건강에 해로운 것’이 되며, 심지어 ‘가난한 사람의 음식’쯤으로 취급되곤 한다.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음식은 본질적으로 사람이 먹기 위한 것이다. 그 음식에는 만드는 사람의 손, 기술, 그리고 삶이 담겨 있다. 로컬 음식은 때로는 거칠고, 위생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나처럼 비위가 좋거나 위장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먹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있다. 장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물도 가려서 마셔야 한다. 즉 그것이 '먹고 싶지 않은 음식' 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안 좋은 음식’이라 불릴 이유는 없다. 음식은 누군가에겐 생계이고, 누군가에겐 문화이며, 또 누군가에겐 일상의 정수다. 우리는 그 의미를 값이나 외관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오늘도 나는 저녁에 프놈펜의 작은 골목의 식당에서 볶음밥 한 그릇을 시켰다. 사람들은 퇴근하고 삼삼오오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다. 낯선 현지어를 더듬더듬하면서 주문하자 5분 후 음식이 나왔다. 기름기 살짝 도는 접시에, 달걀프라이 하나가 얹혀 있다. 옆에는 고추 소스가 있어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살짝 넣어 먹을 수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 작은 곳은 간편은 없고 허름하다. 그릇은 낡았고, 테이블은 삐걱거린다. 국민소득 3만 5천 불 한국의 기준에서 본다면 "한국인이 이런 곳에서 밥을 먹다니!" 하고 유튜브에서나 나올만한 소재이다. 생각보다 맛이 꽤 괜찮다. 만약 이 음식을 그대로 에어컨이 빵빵한 레스토랑에서, 고급스럽게 보이는 그릇에 담아서 내놓는다면? 아마도 모두가 '맛있고 좋은 음식'이라고 할 것이다.
사람들은 음식의 겉모습, 가격, 먹는 장소로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 한국 기준에 부합하는 위생기준에 다소 미흡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들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것을 '나쁜 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 끼를 정성껏 만드는 캄보디아 부부, 그리고 그것을 맛있게 먹는 손님, 다 먹고 난 후 2천 원을 지불하고 현지어로 "감사합니다"라는 한 마디. 누군가의 기준에선 평범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부족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