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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의 문은 손을 펴야 열 수 있다.

by 라텔씨

"새로운 개념을 개발하는 것보다

낡은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어렵다."


이 말은 소설 데미안 속 알을 깨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과 이어진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걸 찾고 싶어 한다.

지금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드라마틱한 변화를 상상한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런 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진짜로 어려운 건 새로운 걸 '잡는 것'보다,

낡은 걸 '내려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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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쥐고 산다.


안정된 직장, 익숙한 인간관계,

매달 들어오는 고정 수입은 물론이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부터

무의식에 자리 잡은 모든 행동과 생각들이

새로운 오늘을 어제와 똑같이 만들어간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

이 말에 동조하며 세상이 말하는

'나름 괜찮은 인생'이라는 타이틀을 좇는다.


이 모든 게 안정감을 주는 보호막 같지만,

동시에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을

가로막는 벽이 된다.




지난 수십 년의 내 삶은 현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현실을 지키는 게 먼저야."

"지금 가진 걸 잃으면 끝이야."

그런 말들을 믿으며 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변화 없는 일상이

내 안에서 자리를 잡으면 잡을수록,

'끝'이라는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키려던 것들이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건 무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솔직해지는 것뿐이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길.

남들이 부러워할 '괜찮은 삶'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진짜 삶'을 선택하는 일.



내 손에 쥐고 있는 '나름 괜찮은 삶'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손을 펴는 순간,

내가 이룬 모든 것들이 날아가고 사라질 것 같다.

하지만 꽉 쥔 손으로 무엇을 잡을 수 있단 말인가?

새로운 걸 잡을 손이 어디 있는가?


손을 펴야 손가락 사이로 새로운 바람이 스민다.

빈손이 되어야 비로소 다른 세상을 붙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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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란 거창한 게 아니다.

그저 '더 이상 여기에 머물면 안 된다.'라는 걸

인정하면 될 일이다.

익숙한 걸 포기하는 순간,

그 자리에 새로운 가능성이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성을 포기한다.

하지만 현실을 유지하려고

양손을 꽉 움켜쥐고만 있으면

아무런 변화를 만날 수 없다.


어쩌면 우리 인생의 전환점은

"무엇을 얻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놓을까"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잃을 용기가 없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많은 것이

달라질 거라고 믿고 싶겠지만,

결국 같은 자리에서 평생을 맴돌게 될지 모른다.






>> 한 줄 코멘트. 내가 살면서 큰 변화를 맞이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도 맞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을 때가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영역이었다. 지금 삶에서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갖고 있는 것을 포기할 용기를 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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