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친구, 지인들과 있는 한자리에
단 한 사람의 태도가 좋지 않아서
그 공간의 전체 분위기가 엉망이 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술자리에 친구들이 모여,
모두가 한 잔 두 잔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취기가 올라 서로의 대화는
허공의 점들이 된다.
다음 날이 되면 그 시간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흩어진다.
내가 술을 마시던 시절,
친구들 모두가 술을 마시던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풍경이었다.
취하지 않은 사람은 분위기를 깨는 존재였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먹고 죽자'를 외치며 술로 뇌를 적셨다.
모두가 취한 술자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 사고라는 변수가
어느 순간부터는 익숙한 풍경이 되고는 했다.
하지만 내가 술을 끊은 뒤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어떤 심리학적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모두가 만취에 동조하지
술을 마시라고 몰아가지 않는 분위기,
적당한 속도로 비워지는 술 잔, 그리고 대화.
처음엔 나 하나 때문에
술자리 분위기가 깨질까 봐 걱정도 됐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내 정신을 맑게 남겨두었더니,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도
완전히 정신을 놓지 않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인생의 재미가 줄어든 건 아니다.
오히려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들리는
친구들의 말, 표정, 속마음,
그 모든 것이 선명하게 남았다.
한 공간의 공기는 다수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단 한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격한 말 한마디가 전체를 흐릴 수 있듯이,
누군가의 맑은 정신이
전체가 무너지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엔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은 거대한 무리가 바뀌어야만
변하는 것도 아니다.
중심을 지키는 단 한 명이, 주위의 공기를 바꾸고,
그 공기 속에서 다른 이들도 조금씩 달라진다.
나만 달라져봐야 세상은 그대로라는 말은 틀렸다.
내가 달라지면 세상은 분명 변한다.
>> 한 줄 코멘트. 모두가 표류하는 험한 바다에도 등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등대는 누구나 될 수 있다.